지난 6일 제주도 남방 500여㎞ 해상에서 이란 유조선 상치(Sanchi)호가 중국 화물선과 충돌, 불타다가 14일 폭발하며 침몰했다. 사고로 선원 32명이 실종,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재앙’마저 예상되면서 침몰 해역과 인접한 한·중·일은 물론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유조선에 적재돼 있던 콘덴세이트유 13만6000t과 연료인 벙커C유 1000t이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질유인 콘덴세이트유는 물과 분리되기 어려운 반면 독성이 강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연안에 도달할 경우 피해가 매우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제주에는 ‘발등의 불’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OC)가 사우스햄튼대학과 공동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콘덴세이트유와 벙커C유 오염해양수가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한달 내에 일본 동해안에 도달하고, 3월 중순 무렵에는 제주 바다에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것이다.

제주도 남방 500㎞여서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다. 열대 해역에서 출발한 구로시오 난류는 대만 동쪽을 거쳐 ‘분기점’인 제주도까지 북상한 뒤 서해와 동해로 빠지기 때문에 제주는 유류 오염수 북상의 정면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희석되고 증발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양과 정도의 문제지 오염 해양수가 제주를 강타할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응은 안일해 보인다. 특히 해양수산부다. 해수부 관계자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연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재앙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해수부는 무슨 근거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의 전망을 부정하고 있는 지 불안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태 등 엄청난 일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제주특별자치도는 낫다. “해류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40여일 후 제주 연안에 온다면 독성 영향이 클 것이다. 당장 마을 어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다. 워낙 광범위하고 ‘자연적 재해’여서 대응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막연한 ‘희망사항’ 속에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

직접적 피해 예상국가인 중국·일본과 적극적인 합동 대책 추진도 바람직해 보인다. 세월호처럼 또다시 사후약방문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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