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60세대 ‘신중년’ 규정
‘인생 3모작’ 기반구축 나서
의욕 불구 재취업 등 난관 도사려

“靑春이란 시기가 아닌 마음가짐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

 

사무엘 울만의 ‘청춘(Youth)’이란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마음가짐을 뜻하나니/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유대교 랍비이자 시인인 사무엘 울만은 이 시를 78세에 썼다. 그에게 있어 ‘청춘’은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정신적 나이였다. 시는 계속 이어진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문재인 정부가 5060세대를 ‘신(新)중년’이라 규정하고,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작품이다. 1단계 경력설계부터 2단계 직업훈련 및 창업교육, 귀농 등 경로별 준비를 통해 3단계로 취업과 창업, 귀농·귀촌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5060세대가 처한 암담하고 냉엄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5060세대는 현 50~60대를 이르는 말이다. 1954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한국전쟁 직후의 베이비 붐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 5060세대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개발 5개년계획 등을 통해 우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근대화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도성장의 주역이란 타이틀 이면엔 ‘고단한 노후(老後)’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노후 걱정을 할 틈이 없을 정도로 앞뒤 보지 않고 달려왔다. 특히 IMF 사태 등의 세파(世波)를 거치면서 재산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달랑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게 전부다.

이에 반해 자녀교육으로 인한 지출과 부모부양 등으로 경제적 부담은 아주 높은 시기다.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잠을 설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부모 부양을 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식에게는 버림을 받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자조(自嘲)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도 506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4, 생산가능인구의 1/3에 달한다. 이들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엉망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예컨대 재취업의 경우만 하더라도 일자리와 관련 자식 같은 청년층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세대 간 갈등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때문에 신중년층의 직무경험과 연계된 양질의 일자리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 속에 한때 치킨집 창업 등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하지만 퇴직금 등을 쏟아 부었음에도 70%가 5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 역시 정보부족과 기존 주민과의 갈등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신중년의 사회경험과 재능을 일자리로 연결하는 ‘이음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사회복지협의회 등과 함께 하는 이 사업은 △오름 매니저 △버스킹 공연단 △움직이는 도서관 사서 △푸드 메신저 등 총 5개 사업에 250명 규모로 운영된다. 이번 시도가 신중년의 시름을 다소나마 달래주며 새로운 희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주목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신중년 인생 3모작’이 성공하려면 그 무엇보다 시대적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변화하려는 강한 의지부터 지녀야 한다. 당장 어렵다고 꿈과 희망을 잃어선 결코 안 된다.

사무엘 울만의 ‘청춘’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기쁨과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그대는 스무 살이어도 늙은이가 되네/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