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이란·시리아정부-터키·수니파 반군-미국·쿠르드
미·터키 갈등 조정 시도…이스라엘과 이란 긴장 고조도 변수

▲ [그래픽] 이스라엘, 전투기 피격 직후 시리아에 보복 공습 - 이스라엘군이 10일(현지시간) 시리아군 공격에 자국 전투기가 추락한 직후 시리아를 향해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후 시리아 사태가 내부의 세 세력과 이들의 후원자 또는 지원자의 대결구도로 재편하고 있다.

내전 8년차를 맞은 시리아는 서부·남부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 북서부와 수도 동쪽의 수니파 반군, 유프라테스강 동편의 쿠르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지역 강국과 열강이 개입하면서 세력의 각축장, 대리전으로 비화했다.

내전 이전부터 시리아를 중동의 거점으로 점 찍은 러시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 아사드 정권을 지원, 반군과 전쟁 사실상 승리로 이끌었다. 러시아·이란은 앞으로도 국익과 역내 패권을 위해 시리아정부를 지탱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니파 반군과 국외 반정부 진영의 뒤에는 지역 강국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권이 있다.

쿠르드족은 시리아군이 수도와 서부를 지키느라 북부에서 철수한 틈을 타 북부에서 장악력을 키우고 반(半)자치를 확보했다. 쿠르드는 내전 초기 반군의 기세가 높을 때에도 반군을 편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시리아 중앙정부와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쿠르드 병력, 즉 '인민수비대'(YPG)는 IS 격퇴전을 계기로 미국과 손 잡았다.

IS 격퇴전이 사실상 종료된 현재 미국의 쿠르드 지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란·시아파 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군의 시리아에서 당분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IS 부활을 막는 동시에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이달 10일 이스라엘 F-16기가 시리아군에 격추되면서 시리아에서 이란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내부 세력간 투쟁과 대리전 성격이 혼재된 시리아 사태가 이대로 지속한다면 시리아는 사실상 세 지역으로 쪼개질 수 있다. 시리아 중앙정부가 존재하나 북서부 이들리브와 북부·북동부 쿠르드 지역은 실효적으로 지배할 수 없는 상태가 굳어지는 것이다.

미국이 터키와 이견을 조율해 시리아정책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쿠르드를 버리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도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에 YPG와 관계를 청산하고 자국과 공조를 강화하라고 줄곧 요구했다.

이런 가정이 현실화하려면 터키가 시리아정책이나 대(對)이란 관계에서 미국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터키는 이란과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미국이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는 동안 터키 국영은행은 이란이 미국의 제재망을 따돌리도록 도운 것으로 최근 미국 연방법원 재판에서 드러났다. 더욱이 터키는 러시아가 주도하고 이란이 동참한 시리아 구상에 힘을 싣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소유한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야는 최근 칼럼에서 "미국의 쿠르드 지원은 터키가 시리아에서 이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쿠르드를 시아파 견제에 협조자로 보는 이스라엘은 작년 이라크 쿠르드 독립투표 때 유일하게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스라엘 전투기 격추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를 버리고 이란과 우호적인 터키를 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로는 터키가 시리아 반군 지역에서 이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가로 러시아·이란으로부터 쿠르드 견제에 협조를 얻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린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인 미국과 터키는 고위급 회동을 통해 갈등 조정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1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을 찾아 에르도안 대통령 대변인 이브라힘 칼른을 만났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번 주 터키를 방문한다.

미국은 맥매스터와 칼른이 중동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알렸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맥매스터와 칼른 회동 후 성명을 내 "두 사람은 모든 테러조직에 공동 대응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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