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후 가장 치명적 충돌”…양국은 일단 확전회피 노력
일각에선 유전지대 쟁탈전 시각…터키·이란·이스라엘도 개입모드

▲ 시리아 상공 비행하는 미군 전투기. [연합뉴스]

만 7년에 가까워지는 시리아 내전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거의 퇴출되고 러시아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 승리에 다가섰으나 열강 대리전이 오히려 불붙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간접적으로 충돌하며 긴장이 갑작스럽게 높아져 과거 냉전시절의 살벌함을 거론하는 진단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용병이 참여한 시리아 친정부 무장세력이 탱크와 박격포를 동원해 미군과 함께 있던 시리아 반군 ‘시리아민주군’(SDF) 본부를 폭격하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공습으로 반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교전으로 미군이나 SDF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최소 100여 명의 친정부군이 목숨을 잃었고 그 가운데 다수 러시아 용병이 포함됐다고 외신들이 13일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와 시리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사한 러시아 용병이 수십 명이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숨진 러시아 용병이 2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인 희생자가 많을 경우 냉전 이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충돌이라고 지적했다.

교전이 벌어진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는 과거 IS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쿠샴 유전지대가 있다.

유프라테스강을 경계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SDF는 데이르에조르의 동편을,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서편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abc 뉴스는 이번 교전에 대해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는 충돌을 피하려고 통신 채널을 유지해왔다”면서 “미군의 공습으로 러시아인이 죽었다면 양국이 시리아에서 직접 군사대결 벼랑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레반트 전략문제연구소의 사미 나디르는 “시리아에서 신냉전이 만연한다”면서 “긴장이 더 고조되면 국지전이나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3일 미군의 공습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미국이 시리아 북부의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SDF와 협력하면서 위험한 일방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도 국제동맹군의 공습 직후 “동맹군의 행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침략에 해당하며, 법적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는 일단 확전을 피하려는 듯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7일 사건에 러시아군이 참여하지 않았으며 시리아 친정부군의 SDF 공격은 러시아군과의 조율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리는 러시아 군인과 관련한 자료만 다룬다”면서 “시리아에 있을 수 있는 다른 러시아인에 대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군도 대변인을 통해 “지난 7일 (시리아 친정부군의)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을 전후해서도 러시아 측과 연락을 주고받았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미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하는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미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터키, 이란, 이스라엘도 자국에 이해관계에 따른 개입을 통해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WP는 러시아, 터키, 이란, 이스라엘이 지난주 방공 사격에 전투기를 잃고, 미국이 최근 며칠 동안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시리아 내전에 더 깊이 개입하는 상황을 우려스럽게 주시했다.

그러면서 내전을 그만둔 세력들이 외부 세력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무기, 병력, 의제를 들여오게 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며 새로운 양상을 경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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