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인 김경훈, 네번째 4 ·3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 발간

어머니/걱정허지 맙서/산에도 먹을 거 입을 거 다 이수다/좋은 세상 만들엉/보리 베기 전엔 꼭 돌아가쿠다’(‘상산上山’ 중 발췌)

법 가진 자들이/입법도 없이/자행한/저/무법의 야만//자국민을 향한/대학살 기계장치의/그/가늠쇠이자/방아쇠//피 냄새를 향유하는/화약연기/속/그제야 견고해지는/국가의 법’(‘계엄령’ 전문)

‘…태극기/머리에 이고 선/백조일손/만벵디/북부예비검속 위령단 영령 위령비//대한민국에 죽어서도 죄인처럼/대한민국을 무겁게 이고 선//백할아버지들/백자손들’(‘예비검속’ 중 발췌)

오랫동안 4·3을 천착해온 제주 시인 김경훈(56) 씨가 최근 제주4·3 순례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을 펴냈다. 앞서 낸 ‘고운 아이 다 죽고’ ‘눈물 밥 한숨 잉걸’ ‘한라산의 겨울’에 이은 네 번째 4·3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제주4·3유적지에 대한 순례의 기록이다. 총 93편의 시를 실었다.

1부에는 제주4·3 일지별 시들을 모았다. ‘점령군’ ‘1947년 3월 1일’ ‘박진경과 문상길’ ‘해주대회’ ‘계엄령’ ‘예비검속’ 등 4·3의 굵직한 연대기적 사건들을 시로 형상화했다.

이번 시집의 핵심인 2부는 저자가 제주지역 4·3유적지를 순례하며 쓴 시들로 채웠다. 저자의 발길은 제주시 동부에서 시작해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마무리된다. 

3부는 저자가 전국의 형무소를 다닌 기록을, 4부에는 현재의 시점에서 제주4·3을 바라보는 시선을 읊었다.
 
저자는 서문에 “까마귀는 역사의 현장을 모두 지켜봤고, 나는 그의 눈으로 풀어썼다”며 “순례의 마음으로 다진 4·3현장에서 나는 4·3의 봄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썼다. 그러면서 “‘4·3의 봄’은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고 먼저 다가서는 자에게 온다”는 출간의 말을 남겼다.

155쪽·도서출판 각·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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