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폐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진행한 토양조사 결과 심도 21m 구간에서도 지하수가 오염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가축분뇨 무단배출로 논란이 된 한림읍 상명리 인근의 지하수관정 14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모두 9곳의 관정이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관정들의 질산성질소 농도는 환경정책기본법상 지하수 환경기준(10㎎/L이하)을 초과했다.

또 질산성질소 농도가 생활용수 수질기준 20㎎/L를 초과한 관정 2곳에서 양수·배출 시험을 실시한 결과, 초기에는 수질이 개선되다가 양수·배출을 중단하면 다시 오염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인위적으로 양수·배출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오염농도를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가축분뇨 무단배출 하류 약 200m 지점의 땅을 뚫어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심도 21m 구간에서도 가축분뇨 유입 흔적이 확인되는 등 당초 우려보다 유출범위가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지층에 쌓인 가축분뇨가 빗물과 함께 안으로 스며들어 땅속 깊은 지하수까지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양보 도환경보전국장은 “오염된 지하수를 단기간 내에 인위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를 자연적으로 정화하려면 수십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가축분뇨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강이 없는 제주지역의 특성상 지하수는 도민들의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축산폐수로 땅속 20m 깊이의 지하수마저 오염되고 있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관계당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제주도는 이달 중 악취 민원이 많은 양돈농가들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오는 2022년까지 지하수 수질전용 관측공을 도 전역에 설치해 수질을 감시할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때문에 보다 근원적이고도 종합적인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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