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 ‘곶자왈 보전사업 확대’ 희망
이미 조례 및 특별법으로 ‘관리’
곶자왈 공유화위한 매입도 추진중

그래도 곶자왈 훼손 방지 장치는 허약
관리보전지역에 극히 일부 포함
총유 됐던 곶자왈 사유화되며 문제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지고 있는 한 비영리단체는 입춘을 기해 매년 해 오던 ‘전국 독거노인과 조손 가정을 위한 아름다운 나눔 보따리 행사’를 벌였다. 쌀과 이불 등 생필품을 담아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호별로 방문하는 큰 행사다.

올해는 총 5억 6700만원 규모였다고 하는데 그 중 제주도 지역이 차지했던 금액이 눈을 끈다. 4500만원이나 됐다. 비율로 전국의 8%다. 면적으로는 전국의 1.8%, 인구로는 1.3%에 불과하고 경제규모로는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의 1.0%밖에 안 되는 제주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척박한 제주도에서 수눌음 정신은 제주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독거노인 또는 소년·소녀 가장이라는 단어는 제주도에서는 어색하다. 혈연 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이는 삼촌, 나보다 나이 어린 이는 조카다.

위 단체의 제주도 행사가 유독 활발했던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삼춘과 조케’(조카의 제주식 발음)의 제주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지난주 도내 모 일간지는 6·13 지방선거 정책의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환경분야에서 차기 도지사가 관심 가져야 할 부분으로 가장 많은 32.1%의 응답자가 ‘환경자산의 보전 및 관리 강화’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25.3%는 ‘곶자왈 보전사업의 확대’를 꼽았다.

이미 ‘곶자왈보전 및 관리를 위한 조례’가 있고 2016년에 이르러서는 약칭 제주특별법에 제354조(곶자왈보전)가 신설되어 국가 및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도곶자왈의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한 곶자왈 한평사기운동이 벌어진 이래로 곶자왈공유화를 위한 모금 및 토지 매입 사업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위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걸까. 도민들의 눈에 곶자왈의 훼손이 그치지 않고 있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허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곶자왈을 제주도의 허파 또는 제주 생명수의 원천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나라에서 지정하는 보전지역 등급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즉 보전지역은 절대보전지역·상대보전지역·관리보전지역으로 나누어지고 그 최하위인 관리보전지역에 대해서는 다시 1에서 5등급까지 구분하여 행위제한에 차등을 두는데 곶자왈 지역으로서 관리보전지역 1등급 이상에 포함된 면적은 곶자왈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동굴·숨골·용암 함몰지 등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곶자왈 지역에서는 하수관 설치 등 일정 조건을 구비하면 생활하수 심지어 축산폐수 발생시설까지 허용되고 있다.

곶자왈은 숲이 우거지고 바위와 가시덤불이 엉켜있어서 사람의 접근이 힘들었던 그야말로 척박한 제주도의 축소판이었다. 주민들의 이용은 고작해야 나무를 베어 장작 또는 숯으로 만들어 파는 등 곶자왈의 훼손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미미하고 순박한 것이었다.

그러나 제주도에 자본이 도입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토지·노동·자본이라는 생산의 3대 요소 중 자본의 생리는 주어진 땅에 큰 돈으로 대규모 시설을 지어 토지효율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고로 선택이란 하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또 하나의 다른 욕구를 참는 행위다. 곶자왈의 경우 전자는 곶자왈의 보전이며 후자는 곶자왈에 호텔이나 골프장, 또는 유원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마을에 산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산에서 땔감을 채취하기도 했고 소나 말을 방목하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공동으로 이용했으므로 어느 누구도 그 일부분을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마을을 떠나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그 산을 이용하는 권리를 잃었다. 제주대학교 SSK 연구단의 ‘공동자원의 섬, 제주도’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총유(總有)되었던 곶자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유화되어 왔는지 그 역사를 들추어 보는 것도 문제를 접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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