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 자본검증위원회(위원장 박상문 한국산업은행 제주지점장)가 출범한 것은 지난해 12월 28일이었다. 당초 검증위는 올해 1월 중 신용평가기관의 자본검증 제안서를 받은 후 신용평가기관을 선정, 2월에는 신용평가를 의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자측이 자료제출을 미적거리면서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업자에게 투자계획 및 지분 구조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23일이지만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자료는 제출되지 않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 자료가 들어와야 자본검증을 위한 신용평가기관 선정과 자료 분석 등의 후속작업이 진행될 터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규모 투자자에 대한 자본검증은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업자측이 자료제출을 미루거나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협조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사업자 측도 할 말은 있다. 모기업이 외국에 있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 시일을 꼭 집어 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은 357만5000㎡ 부지에 2300실 규모의 관광호텔과 127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등 상업시설을 비롯해 생태전시관과 워터파크, 골프장 등을 시설하는 사업이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총 5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제주지역 개발사업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한라산 끝자락에 위치해 경관도 빼어나다. 만에 하나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게 되면 수려한 자연환경 훼손 등 그 폐해와 부작용은 어림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9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도민·전문가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투자자본의 실체를 검증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본검증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사업자 측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직도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자료제출을 미루거나 거부한다면, 이는 사업자 측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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