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주매일 1면 톱(top)은 ‘제주여성분들, 편안하십니까’였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은 기획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은 지난 1908년,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근로환경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여성운동의 출발을 알린 이후 올해 110년을 맞았다.

기사는 ‘제주여성들의 하루는 고단하다’로 시작된다. 제주지역 맞벌이 비율은 60.3%(2017년 통계청 집계)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결혼한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직장을 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부부가 함께 벌어도 소득은 매우 낮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도내 혼인신고 5년 이내 맞벌이 부부의 근로 및 사업소득은 연간 △1000만원 미만 18.5%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 28.8% △5000만원 이상 27.1%였다. 이 중 3000만원 미만 저소득 구간은 전국 평균보다 각각 4.3%p, 7.5%p 높고 5000만원 이상 고소득은 전국보다 11.8%p나 낮았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의 삶은 더 고되다고 한다. 혼인신고 5년 이내 제주지역 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47.2%로 서울(52.1%) 세종(50.5%)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그렇다고 남성들의 육아휴직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2017년)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어나는 전국적인 추세와는 달리 제주지역은 전년 대비 13.3%p가 감소했다. 대기업이 없고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 많은 탓이다.

최근 열풍처럼 번지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서 보듯이 힘이 약한 여성들은 때로 남성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2017년 제주여성인권연대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건수는 총 1061건으로 하루에 3건 꼴이다. 줄기는커녕 2016년 931건보다 오히려 늘었다.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상 신상노출 등의 우려로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성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제주여성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여성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아무리 좋은 양성평등 제도를 만들어도 지역 실정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미투 열풍’이 단순한 폭로에 그치지 않고 제주여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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