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영실기암·대포 등에 분포
용암 식는 속도에 따라 크기 결정

 

 

 

제주도 땅의 대부분은 용암으로 뒤덮혀 있다. 그래서 다양한 용암지형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암석이 기둥모양으로 쪼개진 수직의 돌기둥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산방산·영실기암중문대포 주상절리 해안·갯깍 주상절리대 등이 있다.

독특한 모양의 주상절리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암의 표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상절리 용암의 표면은 대부분 육각형이나 오각형 등의 다각형 패턴이 발달해 있는데 마치 거북이의 등 모양과 유사한 형태다.

이런 다각형 패턴이 발달한 용암은 냉각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일반적으로 화산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의 온도는 약 1000~1200°C 내외다. 이 용암은 흘러가면서 점차 온도가 낮아져 약 900°C 정도가 되면 냉각에 따른 수축작용이 일어난다.

수축이 진행되는 초기에 용암의 표면에는 수축점들이 고르게 생겨난다. 이 수축점을 중심으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다각형의 패턴이 만들어지고, 이 패턴들이 용암의 표면에 수없이 많이 분포하게 된다. 수축점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일정할 경우는 육각형 패턴이 만들어지고, 일정하지 않을 경우 오각형 또는 불규칙한 다각형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용암 표면의 다각형 균열은 암석 내부를 따라 수직으로 연장되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주상절리를 만들게 된다. 다시 말해 주상절리는 용암의 식으면서 발생한 수축작용으로 표면에 거북이 등 모양의 다각형 패턴을 만들고 그 사이의 균열이 암석 내부를 따라 수직으로 연장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제주도에서 나타나는 주상절리는 크기를 보면, 가장 큰 한라산 남벽이나 산방산은 직경이 수m에 달한다. 반면 중문이나 갯깍 주상절리대에서는 직경이 40~80cm 정도이며, 협재나 월정리 해안의 주상절리는 직경이 수cm에서 50cm 내외로 나타난다.

이와같이 주상절리의 크기(직경) 차이는 용암이 식는 속도와 관계가 있다. 용암이 두껍게 흐르고 양이 많을 경우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육각형이며, 크고 선명한 주상절리가 만들어진다. 반면에 용암의 양이 적을 경우 식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 주상절리의 크기도 작고 형태도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한라산의 남벽이나 산방산은 다른 용암에 비해 용암의 양도 많았고 천천히 식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일본 효고현에는 현무암 용암 위에 마을이 들어선 곳이 있다.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용암은 표면에 거북이 등처럼 육각형의 패턴이 잘 나타나고 내부에는 주상절리가 발달해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현무동(겐부도)인데, 마을의 암석이 거북이 등 모양과 닮았기 때문에 거북을 뜻하는 한자인 ‘현무’라는 용어를 마을 이름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무암이라는 용어는 거북이 등 모양으로 절리가 발달한 마을의 이름에서 유래되어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지질학 용어로 정착된 것이다.

주상절리의 형성과정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용암이 물을 만나 급히 식으면서 형성된다고 설명하는 곳들이 있다. 이 설명이 맞다면 한라산의 남벽이나 영실기암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는 모두 바다에서 만들어 졌고, 이후 매우 짧은(3만년) 기간 동안 지금의 높이까지 솟아올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동 안 2000m 가까이 융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제주도 이외에 경북 청송 주황산과 광주 무등산에도 규모가 큰 주상절리대가 분포한다. 이 주상절리대는 폭발적으로 분출된 화산재가 쌓여 천천히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화산재가 바다위에 떨어져 차갑게 식으면서 쌓였다면 주상절리의 형성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주상절리는 바닷물과 만나 급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지고, 식는 속도에 따라 크고 작은 형태로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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