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반도에 평화의 봄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조속한 만남’ 희망을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5월 안에 만나겠다’고 전격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중재한 것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이에 따라 올 4월 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심각한 ‘군사적 충돌’마저 제기됐던 한반도 정세가 놀라울 정도의 새로운 지형과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예측이 쉽지 않던 북미 양측 지도자의 파격적인 결정에 의해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기인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목전까지 갔다가 불발된 적이 있다. 이번 5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무려 18년만의 ‘획기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앞길이 순조롭고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의 조건이자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반해 헌법에까지 핵보유를 명시한 북한이 아무런 조건 없이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상호 신뢰가 거의 없는 양측이 정상회담에 이어 관계정상화로 가는 데는 숱한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는 대가로 미국의 대 한국 핵우산 공약 철회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의 요구를 할 경우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다만 북한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대북 제제 해제를 간절히 바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안보과제로 대두된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일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게 꽃망울을 활짝 터뜨릴지에 대해선 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것은 영국 공영 BBC 방송이 “만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핵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감이며,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릴 수가 있다”고 논평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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