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상원의원 6명, 지난주 트럼프에 '대북 압박 계속하라' 서한
민주당도 대북 외교라인 공백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이용당할까봐 걱정"

▲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의원.[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일부 상원의원들은 11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을 제시하거나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요구하며 급물살을 탄 대화 분위기에 견제구를 던졌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구체적 조치로 과거에 체결된 비핵화 합의들을 이행하는 것이 북미정상회담에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미국과 북한이 1994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시설 동결과 미국 등의경수로·중유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했으나, 이후 북미관계 악화와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으로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파기됐다.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담은 9·19 공동성명이 합의됐으나 2008년 북핵 검증방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다시 사문화됐다.

가드너 의원은 "우리는 북한이 이미 체결해, 미국에 이행하겠다고 말한 합의들 가운데 일부를 실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정상회담 전 북한의 비핵화 검증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상회담의 시작 전, 구체적인 비핵화 검증 조치를 어떻게 확보할지 더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와 더불어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가드너 의원은 북한이 긴 기간 동안 도발을 중단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론 존슨 미국 상원의원.[EPA=연합뉴스]

가드너 의원을 포함한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압력을 지속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이 서한에 이름을 올린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상원의원은 이날 CNN 방송에 나와 "미국이 북한의 '루시'에게 '찰리 브라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기 만화 '피너츠'에 등장하는 루시는 주로 찰리 브라운을 괴롭히는 역할을 했다.

존슨 의원은 "우리가 이란과 했던 일, 압박을 치우고 그들의 행동이 나쁜 방향으로 가도록 바라만 본 일은 우리가 (지금 북한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제로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비핵화하기 전까지 대북제재의 강도를 점차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프 플레이크(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NBC 방송에서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 준비가 됐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플레이크 의원은 북미정상회담 전에 "수십 번의 고위급 회동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외교적 과정을 생략한 듯한 이번 회담에 대해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염려를 나타냈다. 대북 외교라인의 공백 속에 이번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잠룡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용당할까봐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김정은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회담은 북한에 '큰 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ABC 방송에서 "서울에 대사가 없고, 대북 협상 책임자는 얼마 전 국무부를 떠났다"면서 "북핵과 같은 복잡한 협상을 할 때는 외교관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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