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모신협 여직원 폭로
제주여성인권연대 회견

미투(나도 당했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 한달이 넘었지만, 직장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는 현재까지도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여성이 회사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사측은 ‘이 문제가 알려지면 (피해 여성이)퇴사해야 할 것’이라며 사건을 묻어둘 것을 종용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아닌, 20대 피해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제주의 첫 미투 선언 기자회견인 만큼, 잘못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단초가 될지 귀추가 모아진다.

제주여성인권연대는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여성을 대신해 미투선언문을 대독했다.

피해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입사 3개월만에 뜻하지 않은 추행을 당했고, 여성이라는 그 더러움마저 감내해야 하는 2018년 대한민국 현실은 서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미투를 선언하는 이유는, 제 뒤에 들어올 누군가는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좁은 제주에서 피해를 입었지만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이름 모를 여성분들에게도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나약한 제 울림이 ‘두려움’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균열의 시작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피해 여성의 미투선언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월 28일 제주도내 신협 회식자리에서 발생했다.

1차 회식을 마지고 대리를 불러 차량을 이용해 2차 회식을 가는 과정에서 뒷자리에 함께 앉아 있던 30대 남성은 여성의 신체를 만지고 강제 키스를 시도했다. 피해 여성이 고개를 돌렸음에도 강제로 뺨에 키스를 두 차례나 했다.

2차 장소에서도 피해 여성 외 다른 여직원들도 남성 임원들에 이끌려 브루스를 추기도 했다.

이 여성은 고민 끝에 일주일 뒤 회사에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사측은 “이 일이 외부로 유출돼 공론화가 되면 안된다. 언론에 알리지 말라”며 “만약 고소를 진행하게 될 경우 (피해여성이) 내부고발자가 돼 퇴사해야 할 것”이라며 사건을 묻어둘 것을 종용했다.

결국 이 여성은 회사를 퇴사한 이후 가해 남성을 지난 8일 경찰에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미 참고인과 피의자 신분인 A씨에 대한 조사까지 이뤄진 상태다.

해당 신협은 지난 16일 이 사건이 언론에 공론화 돼서야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을 해고했다.

해당 신협 측은 “공식 면담에서 ‘고소를 하는 건 네가 알아서하되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하다’는 발언을 했지만 이는 종용이나 만류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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