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4·3 70주년 특별기획전 개막

1947년 밀수선으로 오인 받아 해안경비대에 나포
그 과정에서 경찰 모리행위 드러나 도민 불신 계기
23일 4·3 70주년 특별기획전 개막…토크콘서트도

1947년 1월 11일, 일본에서 서귀포로 오던 화물선 복시환이 밀수선으로 오인 받아 해안경비대에 나포됐다.

당시 배는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던 서귀포 법환리 출신 재일 제주인들이 고향에 전기를 가설하기 위해 전기자재와 학용품 등을 싣고 제주로 오던 길이었다.

경무부 중앙조사단이 제주에 내려와 조사한 결과 복시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주도 경찰간부 등의 모리행위가 적발됐고, 당시 제주감찰청장이 직위 해제됐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파문으로 확산되면서 제주도민들이 미군정 당국과 경찰을 불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복시환 사건을 직·간접적인 이유로 충청도에서 응원경찰 100여 명이 제주도에 파견됐다. 그런데 이들이 제주도립병원 앞에서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제주도민들을 향해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 4·3사건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국제평화센터가 주관하는 제주4·3 70주년 특별기획전 ‘복시환(福市丸) 사건을 아시나요’가 오는 23일부터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개막한다.

당시 복시환 사건은 여러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인 사건들과 이어지며 4·3을 촉발하는 배경중 하나가 됐지만 한편으로 재일제주인들의 애향심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해방전후 재일제주인들의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해방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던 많은 재일제주인들은 4·3사건이 발생하자 다시 일본으로의 타향살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타국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제주도의 각종 사업에 큰 기여를 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4·3사건의 숨은 배경인 복시환 사건과 함께 재일제주인들의 삶의 자취를 당시 사진을 통해 새롭게 조명한다.

복시환 사건 당시 신문기사 자료와 해방 전후 재일 제주인들의 사진, KBS제주방송총국이 제작한  ‘이야기 제주사, 복시환’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기획전시 자료 중 재일 제주인 사진자료와 5·10 선거 투표함, 투표소 현판 등은 재일제주인센터와 제주대학교 박물관의 협조를 받았다.

아울러 4·3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된다.

오는 23일에는 김종민 전 제민일보 4·3취재반 기자가 ‘제주 4·3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첫 자리를 연다. 오는 4월 20일에는 한상희 제주도교육청 장학사가 ‘4·3을 통한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오는 5월 25일에는 허영선 제주4·3연구소장이 ‘구술로 만나는 4·3이야기’를 전한다. 토크콘서트는 각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전시는 오는 5월 25일까지 이어진다. 기획전 관람과 토크콘서트 참석은 모두 무료다. 문의=064-735-6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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