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이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70주년을 기념하고 제주4·3의 아픔을 평화와 인권의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동백꽃’ 배지 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4·3의 상징으로 동백꽃이 ‘선정’된 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붉은 꽃망울이 여물어 있는 상태로 낙화하는 동백꽃의 모습은 선홍빛 피를 토하며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처절했던 한(恨)과 겹치기도 해서 잘 선정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그런지 동백꽃 배지 달기 운동이 일단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동백꽃 한 송이가 일으킨 4·3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영화배우 정우성 등 유명인들이 캠페인에 동참해준 데다 제주특별자치도 등 행정은 물론 많은 기관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결과다.

아쉬움도 없지 않다. 최소한 ‘2%’이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행정에선 전국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아니다. 도내 거리에서도 가슴에 동백꽃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제주도가 이런데 전국 다른 곳이야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동백꽃 달기 캠페인의 ‘소극적’ 추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은 적극적이라고 ‘항의’할 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다.

배지 제작 계획부터가 소극적이다. 20만개를 제작 배부한 상태에서 23만개를 더해 총 43만개를 배부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동백꽃 달기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배지 품귀현상이 벌어진다고 행정이 추가하겠다는 물량이 25만개다. 추가물량까지 합쳐야 ‘고작’ 제주도민 수만큼의 동백꽃 배지로 어떻게 전국화를 이룰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동백꽃 배지 달기를 통한 4·3의 전국화를 꾀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1개 이상 보급한다는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1인당 1개’도 부족하다. 1인당 2개고 3개고 원하면 주자. 하나는 양복에, 다른 하나는 캐주얼 복에, 다른 하나는 책꽂이에 꽂아두고 봐도 좋은 일이다.

4·3은 도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보듬어 해원으로 나아가야할 시대적 과제다. 화해와 상생이란 4·3의 가치를 제대로 공유해야 하기에 동백꽃 배지 캠페인은 ‘과유불급’이 아니라 ‘다다익선’인 정책이 돼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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