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주년을 맞은 ‘제주4·3’의 전국화와 세계화가 결실을 맺고 있다.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 21곳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문화제가 진행되는가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4·3 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메시지를 발표한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4·3희생자 추모는 그동안 제주에 한정됐으나 70주년을 맞는 올해는 전국 각지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보수색이 짙은 대구와 경북 구미·포항시 등도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분향소 설치와 함께 문화제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범국민위 관계자는 “제주 4·3사건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라며 “전국에 있는 230여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마음을 모아 행사를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4·3의 전국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70주년에는 가톨릭계가 적극 참여해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4·3 70주년 범국민위와 함께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제주4·3 70주년 기념주간’을 운영한다. 첫째 날인 1일에는 제주4·3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기념 및 기도하기 위한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의 제주4·3선언문이 발표된다.

이어 둘째 날인 2일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주4·3으로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을 위한 위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기념주간의 마지막 날인 7일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의 주례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추념미사가 거행된다. 이날 미사에선 제주교구 교구장인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강론을 맡고,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가 사회주교회의에서 작성한 선언문을 낭독하게 된다.

그간 금기시됐던 안치환의 ‘잠들지 않는 남도’도 70주년 추념식장에 울려 퍼진다. 제주4·3의 아픔을 그린 이 노래는 각종 4·3 행사에서 자주 제창됐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하에선 금지됐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토록 고대했던 ‘4·3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와 관련 여태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점이다. 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주4·3이 아직 ‘미완(未完)’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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