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고 학생들 직접 제작 20분짜리 4·3 단편 영화
내달초 제주·서울서 상영...지역 초중고생 25명 출연

▲ 중산간 마을 촬영 장면
▲ 동굴안 촬영 장면

1948년 11월 안덕면 동광리 중산간 마을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석민이네 가족은 군경이 실시한 초토화 작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흩어지게 된다. 석민이는 살기 위해 떠돌아다니다 동굴에서 이웃들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르지만 이웃들과도 헤어지며 1950년까지 대정읍 상모리 해안가 마을에 몸을 숨긴다. 시간이 흐르고 4·3이 지나간 줄 알았지만 1950년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예비검속이 일어나면서 석민이는 섯알오름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제주지역 학생들이 4·3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20분짜리 영상에는 해당 지역 초·중·고등학생 25명이 출연했다. 전문가 자문을 얻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제 4·3유적지에서 촬영했다. 지난 1~3월 제작한 영상은 4·3을 전후해 제주와 서울에서 선보인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대정고등학교(교장 우옥희) 자율동아리 ‘4·3을 기억해’(반장 2학년 이종찬) 학생들이다. 이들은 4·3 70주년을 맞아 당시 대정지역에서 살아갔을법한 평범한 인물을 모델로 그의 관점에서 대정지역 이웃들이 겪었을 아픔을 기억하려 했다.

 ‘4·3을 기억해’ 팀이 제작한 영상 ‘4월의 동백’에는 대정고등학생 19명을 비롯해 대정초 1학년과 대정중 3학년, 인근 대정여고 학생 3명까지 대정지역 학생 25명이 각각의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대정고등학교는 카메라 대여 비용을 지원했다.

 ‘4·3을 기억해’ 10명 학생들은 지난 3개월간 방과후시간과 주말을 활용해 4·3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출연진을 확보해 배역을 나누고 장소 섭외와 소품 제작, 연출을 모두 직접 수행했다.

‘4·3을 기억해’ 반장 이종찬 학생은 “영화를 만들며 4·3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아픈 역사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며 “제작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의 활동과 역사 인식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들이 만든 ‘4월의 동백’은 30일 대정고가 진행하는 ‘4·3 기억의 날’을 맞아 오전 11시30분 교내 송악관에서 첫 ‘개봉’한다. 이어 오는 4월3일에는 제주도문예회관, 4월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홍보 부스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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