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정고등학교 학생들이 큰 일을 해냈다.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이 학교 2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4·3사건 관련 ‘단편영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번 20분짜리 영상에는 해당 지역 초·중·고 학생 25명이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자문을 얻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제 고향의 4·3 유적지에서 직접 촬영을 했다. 올해 1~3월 제작한 단편영화는 4·3 70주년을 전후해 제주와 서울에서 선보인다고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1948년 11월 안덕면 동광리 중산간 마을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석민이네 가족은 군경이 실시한 ‘초토화 작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흩어지게 된다. 석민이는 살기 위해 동굴 등을 떠돌아 다니다 이웃들과 헤어지며 1950년까지 대정읍 상모리 해안가 마을에 몸을 숨긴다.

시간이 흐르고 ‘4·3’이 어느 정도 지나간 줄 알았지만 1950년 발발한 6.25 한국전쟁으로 예비검속이 일어나면서 석민이는 섯알오름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왜 죽어야 했는지 영문도 모르는 죽임을 당한 것이다. 4·3의 모든 죽음이 다 그렇듯이….

이 단편영화를 만든 대정고 자율동아리 ‘4·3을 기억해’의 반장은 2학년 이종찬 학생이다. 카메라 대여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 학교(교장 우옥희)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이들은 어쩌면 어줍지 않은 영화 만들기를 통해서 제주4·3을 기억하고 이해하면서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았을 것이다. 학생들의 노력과 학교 측의 지원이 너무 대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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