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여야 아전인수 해석
金 금감원장 논란 중심에
임시국회 1주일 넘게 ‘개점휴업’

文 정부 ‘캠코더 인사’ 잡음 무성
경제단체도 ‘新관치’ 우려
편향된 언론행태 비판 목소리 커

 

4월 임시국회가 1주일 넘게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다. 이른바 ‘개점휴업’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 개정 등 쟁점법안과 관련 협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외면한 채 방송법 및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발목을 잡고 있는 방송법 개정부터 살펴보자. 야당 시절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여당이 되자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그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개정안 가결을 민주당 ‘압박카드’로 쓰고 있다.

2016년 7월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의 요지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사장을 선출하는 KBS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구성 비율이다. 기존의 KBS이사회는 11명 중 7명, 방문진은 9명 중 6명이 여당과 정부 추천으로 구성됐다. 개정안은 이를 여와 야 7대 6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특히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이 선출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했다.

당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의원(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은 “공정한 언론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國政壟斷)을 막았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 주장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자 곧 미온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이와 관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민주당이 딱 그 꼴”이라며 “야당을 할 때는 정권이 언론 장악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더니, 이제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이 싹 바뀐 모양”이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참여연대 출신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혐오감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렸던 그는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세간엔 관피아 막았더니 정피아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며 “이런 인물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력을 물리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말이 씨가 되듯이 시민단체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 외엔 현장 경험이 전무한 그가 금감원장이 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더욱이 김기식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유(外遊) 논란까지 불거졌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2014년 3월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2박 3일),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미국 및 유럽 출장(9박 10일) 등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두고 김기식 원장은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유성·로비성 출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典型)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8일 “김 원장은 해명이 아니라 자진사퇴하고 검찰 소환이나 대비하라”고 날을 세웠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에게 쏟아지는 국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김 원장을 즉각 파면하고, 검증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그토록 좋아하는 청와대 브리핑룸에 서서 관련 파문에 대해 낱낱이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내로남불은 이뿐만이 아니다.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란 말이 회자(膾炙)될 정도로 현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무성하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 민주당 소속 19대 전 의원 40명 가운데 절반인 20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공직이나 공공기관 및 관련 단체 등의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전문성 등을 고려한 적재적소 인사”라고 강변(强辯)하지만 야당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경제단체 부회장까지 관료 출신들이 싹쓸이 하며 ‘신관치(新官治)’마저 우려되고 있다. 대한상의 및 무역협회에 이어 순수 민간단체인 경총 부회장도 고용부 관료 출신 인사가 선출됐다. 재계가 경악함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공정(公正)과 정의(正義)의 경쟁’이 이뤄질 수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를 냉소로 몰고 가는 편향된 언론의 행태에는 잘못이 없는지도 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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