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0억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9일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형사 법정에 서는 네 번째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에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뇌물수수와 횡령 및 조세포탈 등 16개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비자금 횡령 및 법인카드 불법 사용 등 다스 관련 경영 비리를 실소유주인 이 전 대통령의 범행으로 봤다. 다스 전·현직 임원과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진술, 차명재산 관리장부 등 결정적인 물증을 다수 확보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설립부터 운영과정 전반을 좌지우지한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기소 후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및 현대건설 뇌물 의혹,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추가 혐의로 계속 수사를 받게 된다. 검찰은 광범위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1심 재판이 끝나기 전 이 전 대통령을 추가로 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 기소 직후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 작성했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 ‘정권의 하수인이 짜맞춘 표적수사’라고 맹비난했다. 검찰이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에 대한 수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350억원 횡령혐의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고, 소송비 대납 대가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또 옥중조사 거부는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모든 진실은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터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2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갇히고 동시에 재판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국민적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검찰도 더 이상 보여주기·창피주기 식의 수사를 지양하고, 오로지 법의 판단에만 따라 속전속결로 재판에 임해주길 바란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적폐청산’도 좋지만, 이제 국민들의 ‘피로감’도 감안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