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보시의 길’
애월 대원정사~삼양 불탑사 42km
유서 깊은 사찰·해안 등 절묘한 조화

제주불교 성지 순례길 1코스인 ‘보시의 길’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부처님 법을 세상으로 전하는 길이다.

▲ 참나를 찾아 떠나는 길인 '보시의 길'은 대원정사~해륜사~불탑사로 이어지는 총 42.15km의 제주불교순례길이다.

해안가를 중심으로 제주역사 속에서 불교가 어떻게 뿌리내리게 됐는지 그 과정을 추측해 볼 수 있는 불교의 역사적 테마가 있는 순례길로, 성지순례길 가운데 가장 많은 절들이 터를 잡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보시의 길은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위치한 대원정사를 시작으로 극락사~법장사~수정사지~장안사~보림사~불탑사로 이어지는 42.9km 코스다.

첫 시작점인 대원정사는 수산봉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1933년 청산 스님이 창건했으며 1948년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사찰이 철거당하고 주지인 고정선 스님이 총상을 당하는 질곡의 시간을 거치면서 오는 날까지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펼치고 있다.

▲ 서자복은 해륜사 옛터에 들어선 용화사 경내에 있는 미륵으로, 제주성의 서쪽에서 성안을 수호하고 있다.

제주시 용담동에 위치한 해륜사는 13세기 고려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지난 1702년 이형상 목사(牧使)에 의해 불교가 훼철되기 이전까지 제주성을 지키던 수호신으로서 제주백성들의 신앙의 모태이자 기도처였다.

이곳에는 고려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자복 미륵불이 있다. 성안을 보호하려는 제주민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미륵불로서 건입동 만수사 터에 있는 동자복 미륵과 함께 제주백성들의 외호신장의 역할을 담당했었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유난히 바다를 많이 접하게 된다. 바다를 터전삼아 힘겹게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불교가 뿌리내려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불탑사 내에 있는 보물 제1187호 오층석탑은 1층의 기단과 5층의 몸돌이 심하게 좁은 것이 특징이다.

보시의 길 마지막에 위치한 불탑사는 1340년 쯤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올레 18코스와 맞닿아 있어 도심 속 힐링의 쉼터로 자리 잡은 이곳은 3차례나 불에 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14년 안봉려관 스님이 보수해 다시 지으면서 대중포교를 위해 사찰의 이름을 원당사에서 불탑사로 고쳤다. 이곳 역시 제주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폐허가 됐지만 부처님의 가피와 신도들의 정성어린 동참에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불탑사 내에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국내 유일의 오층석탑(보물 제1187호) 불교 문화재 1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무암으로 쌓은 이 탑의 양식은 1층의 기단과 5층의 몸돌이 심하게 좁은 것이 특징이며 1층의 남쪽 면에 감실이 있는 점도 독특한 점이다.

길 하나를 두고 그 앞에는 원당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 두 곳을 찾은 순례객 김모(42)씨는 “불교의 건축양식에 관심이 많은데 이 곳에 오니 두 곳의 사찰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만큼 더욱 더 잘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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