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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춘풍추상(春風秋霜)
데스크 승인 2018년 04월 16일 (월) 김계춘 주필 |  
   
 
主 筆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에겐 서릿발 같은 엄격함을”
文 대통령 강조와는 동떨어진 현실

선관위 해석 불구 ‘김기식 논란’ 여전
김경수 의원도 ‘댓글조작’ 연루 의혹
6·13 지방선거 새 變數로 대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참모진에게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글귀가 들어있는 액자를 선물했다. 중국의 채근담(菜根譚)에 수록된 말로, 원문은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고(故) 신영복 선생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글이기도 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며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남들에게 추상 같이 하려면 자신에게는 한겨울 고드름처럼 몇 배나 더 추상과 같이 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먼저 민주당의 큰 자산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에 휩쓸려 한순간에 몰락(沒落)했다.

최근 들어서는 김기식 금감원장과 김경수 국회의원(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이 정치 공방의 중심에 서 있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에 대해 ‘추상’ 같은 발언과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란 별명이 이때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김 원장을 옥죄고 있다. 금감원장 취임 이후 ‘외유성 해외출장’ 및 ‘셀프 후원’ 등의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 50%가 넘는 국민이 김 원장의 사퇴(辭退)에 찬성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물론 진보성향의 정의당마저 등을 돌려 당론으로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 기저엔 ‘말 따로 행동 따로’식의 이중적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평소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목소리’를 강조하던 청와대는 버티기로 일관하며 선관위에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권 해석’을 내렸지만, 결론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폭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원의 ‘댓글 조작’ 사실이 밝혀지며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의 복심(腹心)’이자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의 연루설까지 터져 나오면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현재로선 설(說)만 난무할 뿐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태다. 관건은 김 의원이 ‘드루킹’으로 알려진 김모씨(구속)에게 여론조작을 사주했는지, 김씨 등이 일방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다. 만약 김 의원이 댓글 조작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메가톤급 핵폭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端初)가 된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정권 실세가 관련된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총력을 경주해 공격과 방어에 나선 상태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정권 차원·국기문란 차원의 여론조작’이라며 특검수사를 촉구하는 등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드루킹으로부터 ‘MB 아바타’란 공격을 받았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김 의원의 해명은 자신을 피해자처럼 호도하며 본질을 흐리는 억지”라며 “이번에 드러난 것은 여론 조작과 선거 부정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대대적인 ‘김경수 지키기’ 엄호 사격에 나섰다. 백혜련 대변인은 “댓글 사건과 관련 김 의원이 마치 배후인 것처럼 호도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보도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명확한 근거나 증거 없이 마녀사냥하듯 몰아가는 행태는 구악(舊惡)으로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사를 통해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人事)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특히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공정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연 그래왔는지는 저마다의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춘풍추상’처럼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겐 서릿발 같은 엄격함이 있었는지 모두가 되돌아봤으면 한다. ‘태풍(颱風)의 눈’으로 등장한 이번 ‘댓글 조작’ 사건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매일 김계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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