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70주년 4·3추념사 감동
4·3부활 국가적 의제 재확인
많은 도민 공감 속 허전함도 상존

과거사 평화 지향하며 현재는 외면
공군기지 겸할 제2공항 ‘화약고’
철회해야 4·3에 진실한 사과 완성

 

제70주년 4·3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도민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 의해 폄하되고 만신창이 됐던 4·3을 제자리로 부활시키고 국가적 의제로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는 처음으로 4·3에 대한 공식 사과를 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사과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그리고 추념사는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며 마무리했다.

도민들은 이에 대해 많이 공감했고 SNS에서는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반향은 컸다. 필자 또한 그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함이 있다. 이유는 대통령의 말은 한편으로는 맞지만 또 한편으로는 맞지 않았다. 또한 과거사의 해결은 평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제주도의 미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 미래는 바로 제주제2공항과 함께 패키지로 추진되고 있는 공군기지다.

제주도는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격랑의 섬이었다. 일본과 중국대륙의 한복판에 위치한 제주도는 오래전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기마병을 이끌고 세계 제국을 꿈꾸던 몽골(원나라)은 700여 년 전, 일본과 남송을 정벌하기 위해 제주도 수산평(구좌·성산읍 중산간 초원 지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을 설치하여 말을 기르기 시작했다. 근현대에 들어서서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주도는 미·연합군과 최후 일전을 벌일 일본군의 결사 저지선으로 활용됐다. 인구가 20만명을 조금 넘었을 제주도에 7만명이 넘는 일본군이 주둔했고 제주도 전역을 군사 요새로 만들었다. 하마터면 핵폭탄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가 아닌 제주도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도 대정읍 알뜨르에 20여기의 전투기 격납고뿐 아니라 도내 곳곳에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다.

상처는 해방 이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미군정은 제주도에 친일 경찰들을 그대로 기용하고 제주도민들을 탄압했다. 이후 1947년 3·1절 발포사건, 그에 항의 하는 3·10 총파업, 4·3이 격랑처럼 연이어 벌어졌다.

결국 국가권력에 의해 약 3만여명(추정)의 도민이 학살됐다. 하지만 6·25와 함께 한반도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인 4·3에 대해 도민들은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피가 차오르는 속울음을 참아 내야 했다. 결국 50여년이 지난 2003년에야 대한민국 대통령이 공식 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3추념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아쉽고도 아쉬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4·3이라는 과거사를 바로잡겠다고 하면서도 제주도를 군사전략 거점으로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모순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를 얘기하면서 제주도를 동북아의 화약고로 그대로 두겠다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현재 완공된 강정해군기지는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이다. 제주도의 총구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공군기지까지 건설되면 제주도는 해군력과 공군력이 합쳐진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성산읍에 제주제2공항을 추진하면서 공군기지를 겸할 것이라는 것은 2017년 3월 공군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사실로 확인됐다. 공군기지로 포장한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계획은 이미 문서로 나와 있다.

물론 제2공항은 박근혜 정권 때 시작된 것이지만 현 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그것이 공군기지와 패키지로 들어오는 것이라면 이것은 과감히 철회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말한 게 진실이라면 말이다. 진실은 과거뿐 아니라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어쩌면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 진실일 때 과거사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공군기지마저 들어온다면 제주도는 4·3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4·3의 진실 규명과 완벽한 해결은 ‘미래의 평화’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제2공항과 함께 공군기지를 철회할 때 4·3에 대한 진실한 사과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께 묻는다. “제주에 봄은 오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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