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 불충분 등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현광식 전 제주도 비서실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직무의 연관성과 부정 청탁 여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현 전 실장을 상대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조사했지만, 증거 불충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현 전 실장에게 적용됐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 전 실장은 재직 중이던 지난 2015년 초부터 말까지 건설업체 대표인 고모(55)씨를 통해 한 남성에게 2750만원의 용돈을 지원하게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돈을 받았다는 남성은 ‘공직사회의 화이트·블랙리스트 작성과 언론사 사찰 등 청탁 대가로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월 8일 현씨가 운영하는 제주시 노형동 주점과 자택, 고씨의 회사와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진행, PC와 휴대전화 등 증거물을 분석하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현 전 실장을 상대로 제3자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 전 실장의 요청에 돈을 건넸던 건설사가 자원순한센터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이는 지역 업체 사업인 만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현 전 실장이 지인을 특정업체에 채용을 청탁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조사했지만, 이는 현 전 실장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랙리스트 작성(직권남용)혐의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도 없었을 뿐더러, 청탁을 받았더라도 제주도정의 인사권과 무관한 민간인인 만큼, 법리 적용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해 수사를 종료했다.

경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법리 다툼 여지가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현 전 실장이 외형상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보기 어렵지만, 당시 비서실장 위치와 상황 등을 고려해 정치활동 대상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서실장은 통상적으로 지사와 임기를 같이한다. 법리적 다툼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점을 고려해 기소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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