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질 변화·현상 대한 지식 축적
과거 패턴 분석 화산 분출시기 예측

 

 

“제주에 화산 폭발이 일어날까요?” 제주를 연구하는 지질학자로 흔히 받는 질문중 하나다. 답은 “분출할 것이다”이다. 그럼 “언제 분출할까요?” 라고 묻는다. 답은 “모른다”이다.

무책임한 답변처럼 보이겠지만 지질학자는 자신 있게 할 말이 있다. 언제 화산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은 과거 제주도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에 대한 대략적인 화산분출 패턴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의 360여개의 오름들은 모두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그 오름들 가운데 화산분출 시기를 알고 있는 것은 10여 개 뿐이다. 다만, 지질학적 정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들 360여개의 오름들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시간적 간격을 가지고 간헐적으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수십 m의 땅을 굴착해 놓은 채석장 단면을 보자. 2~5m 두께의 용암층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좀 더 유심히 들어다 보면 용암층 사이사이에 붉은 색의 흙이 보인다. 화산활동이 없었던 기간에 퇴적된 흙들인 것이다. 화산활동 없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런 흙들이 한 겹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겹의 흙들이 용암층 사이사이에 끼어 있다. 지금과 같은 화산활동 휴지기가 과거에도 반복해서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도 언젠가는 다시 용암으로 뒤덮일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 그 일이 발생할지가 문제인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질학자들은 과거의 화산분출 시기를 연구하여 분출 간격이나 분출 패턴을 연구하는 것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다. 마치 역사학자들이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하듯 말이다.

그럼 현재 화산분출을 예측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곳을 살펴보자. 인도네시아·일본·필리핀·하와이·이탈리아 등 누가 보아도 곧 화산폭발이 일어날 것이 예상되는 곳들이다. 즉 임박한 화산활동에 대한 예측은 지금의 과학적 기술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하 마그마에 의한 지표 지형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거나, 화산가스 성분의 변화를 관측하거나, 마그마에 의해 발생하는 지진을 모니터링 함으로서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화산분출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는 상당 기간에 걸친 화산활동 관찰과 경험을 통해 얻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것이다. 비교적 짧은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각종 변화와 현상들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 즉 밥을 짓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쌀을 솥에 담아 센 불에서 7~8분 끓인 뒤 김이 나면, 중불로 줄여 8~10분간 밥물이 잦아들게 하고, 약한 불로 줄여 5~10분 뜸을 들이면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다음을 예측하여 밥을 맛있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짧게는 수 천년, 길게는 수 만년 간격으로 발생하는 화산분출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지금 제주에 사는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제주에서 일어나는 화산분출을 경험하거나 관찰한 이는 없다.

결론적으로 화산분출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지금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미래 제주에 화산분출이 언제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은 사실상 어렵. 그렇다고 궁금함인지 걱정인지 모를 기분으로 기다릴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과거의 화산분출 시기와 패턴을 파악하고, 그 화산활동의 양상을 연구하는 것부터 해 나가야 한다. 오름의 아름다움과 생물학적 가치를 연구함과 더불어 오름들의 분출시기, 분출된 용암의 흐름 특징, 화산재의 확산범위, 화산활동 시간 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제주의 오름과 화산지질을 연구하는 이유이자 목적인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 아니라 아는 것이 힘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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