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또다시 여론 뭇매
조현민 전무 ‘물벼락 갑질’ 수사 착수
오빠·언니 이은 막내의 갑질

아빠 조양호 회장의 사과와 봐주기
국제적 ‘쪽팔림’ 등 피해는 국민
‘핏줄의 적폐’ 언제까지 봐야하나

 

요즘 대한항공이 고공비행(高空飛行) 중이다. 연일 매스컴에 오르고 있다. 뜨고 있지만 속이 쓰리다. 또다시 ‘갑질’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때문이다.

이번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5)다. 조 전무는 지난달 서울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광고업체 직원에게 음료를 뿌리고, 유리컵을 벽에 던졌다고 한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통해 “물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17일 조 전무를 입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조 전무는 이른바 ‘물벼락 갑질’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 12일 인스타그램에 ‘행복한 여행중’이라며 베트남으로 출국, ‘도피성’ 의혹을 샀다. 그러나 음성파일 등 추가 갑질 의혹이 잇따라 터지자 그는 사흘 만에 급거 귀국한 뒤 “물을 뿌리진 않고 밀치기만 했다”고 말했다.

14일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조현민 음성파일’은 참아내기 힘들 정도의 폭언이 이어진다. 그의 혐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한다. 제보자는 이런 일이 매우 일상적이었다고 했다.

“에이 XX. 찍어준 건 뭐야 그러면? 누가 몰라 여기 사람 없는 거? 어우 열받아 진짜” 조 전무가 집무실에서 간부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녹취한 거라고 한다. 4분20초 음성파일 내내 조 전무는 일방적으로 다그친다. “너네 장난하냐? 미치겠어 진짜. 니가 뭔데!…가! 어우 진짜 씨! 아이씨! 아우씨!”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부정하고 보는 그들이다.

조양호 회장 자제들의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전무의 오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3)이 ‘원조’다. 2000년엔 단속 경찰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혔고, 2005년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한진그룹 3남매 가운데 최고는 ‘땅콩회항’으로 조씨(趙氏) 가문을 세계에 널리 알린 맏이 조현아 칼호텔네트웍스 사장(44)이다. 조 사장(당시는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12월5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저지른 항로변경죄 등으로 구속 기소됐었다.

가문의 영광도 아니고 그 언니에 그 동생들이다. 첫째는 ‘땅콩’, 둘째는 ‘뺑소니’, 셋째는 ‘물벼락’ 하는 짓들이 하나 같이 못됐다. 그러고 보니 집안 내력인 것 같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을 했다는 갑질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했다.

다음 그림은 뻔하다. 연기(演技) 모드다. 우선 조 전무는 얼굴 가득 불쌍한 표정 지으며 “죄송합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버지가 막내딸을 위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말 뿐일 것이다. 학습효과다.

조 회장은 첫딸인 조현아 씨의 ‘땅콩 회항’ 당시 직접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시 자식이 갑질이다.

그리곤 시간 벌기에 나설 것이다. 세상 여론이 잠잠해지면 ‘땅콩회항’의 장본인 조현아씨가 칼호텔네트웍스 사장으로 발령시키는 것처럼 현업, 아니 고위임원으로 복귀시킬 것이다. 이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나 보다.

결국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땅콩회항 사건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CNN·NBC와 영국 BBC, 호주 ABC 등 세계 거의 모든 주요국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며 ‘대한민국’을 널리 쪽팔리게 알렸다. 물벼락 갑질 의혹 역시 해외언론에도 크게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물벼락 갑질’ 논란 이후 한진그룹 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이 6조 1780억원(11일)에서 5조 8850억원(17일)으로 3200억원 증발해 버렸다는 점이다. ‘핏줄의 적폐’다. 이래서 “피는 물보다 더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의 자택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던 2013년 여름 한 여성이 작업자들에게 욕하는 소리가 녹음됐다.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같은 놈, 이 XX야. 저 XX놈의 XX, 나가!” 당시 작업자 A씨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이사장이라고 증언했다. 엄마의 말 그대로를 한진그룹 ‘갑질 삼남매’에게 전하고 싶은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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