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 일’이라고 생각했던 미세먼지 피해가 제주지역에도 ‘현실적인 재앙(災殃)’ 수준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다섯 차례에 불과했던 미세먼지 주의보가 올 들어 4월 중순까지 벌써 여섯 차례(경보 1회 포함)나 발령됐다. 특히 미세먼지에 취약한 초등생 등 학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학교 측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건강생태학교인 하례초등학교는 이달 18일 전교생이 마을 주변 탐방에 나서기로 했었다. 이 행사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자연환경해설사들도 동행, 화산 폭발로 형성된 제주 지형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나오면서 행사가 취소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기류(氣流)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한다. 그러다보니 행사 당일 아침이나 수업시간 직전에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숙박과 버스, 식당 등 예약 사항이 많은 수학여행은 미세먼지 대응이 더 어렵다. 지난 17~18일 수학여행 도중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노형초등학교는 마스크와 실내 중심의 활동을 미리 준비해간 탓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학여행의 의미는 빛이 바랬다.

미세먼지를 뚫고 등교를 하느니 차라리 학교를 안 보내겠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미세먼지 피해는 아주 심각한 현실이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책이라곤 공기청정기 설치 등이 고작이다. 이마저 학교에 적합한 공기청정기의 용량과 성능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고, 기존의 공기청정기 필터를 교체하는 예산이 없어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허다한 실정이다.

미세먼지 피해는 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운동이나 산책을 나가는 사람들이 부쩍 줄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자조 섞인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하지만 정부는 ‘무대책이 대책’일 정도로 무능(無能)과 무력감(無力感) 그 자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의 25~30% 가량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제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중국발 미세먼지는 차치하고라도, 우선 자동차의 운행이 어느 정도 감소되면 미세먼지 저감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 당장 근본적인 원인 파악 및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이에 앞서 필요시 ‘차량 2부제’ 실시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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