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학교의 ‘안전 불감증’은 과연 언제쯤 개선될 것인가.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측은 재발 방지를 굳게 약속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사건이 일어나면 ‘쉬쉬’하며 감추기로 일관하는 관행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제주시내 모 초등학교 학생 수십 명이 복통과 설사 및 구토 증상을 보였다. 일부는 병원을 찾았는가 하면 무려 14명의 학생이 결석을 했다. 해당 학교는 이날 오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했으나 감추기에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매뉴얼 상의 ‘즉시 보고’ 지침을 어기고 오후 1시 30분에야 교육당국에 보고한 것이다. 그것도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서둘러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제주시교육지원청 등 관계자가 학교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식중독이 의심되는 학생은 1~6학년 합쳐 모두 40명이었고, 14명은 결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지만 해당 학교는 ‘동일 증세의 식중독 의심환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 인지 즉시 관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도교육청의 기본 매뉴얼조차 묵살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식중독보다는 큰 일교차로 인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판단해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무런 전문적인 식견도 없는 학교 관계자들이 식중독이 아닌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는 등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학교는 서둘러 오후 들어서야 보고 절차를 밟긴 했으나, 사안을 축소 처리하려 했다는 지적을 면하긴 어렵게 됐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마저 외면한데서 비롯됐다. 이 같은 교훈을 뻔히 알고 있는 학교에서 왜 이런 일들이 개선되지 않고 자꾸만 발생하는지, 이번 사건과 관련 도교육청이 어떤 조치를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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