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등 ‘드루킹 악재’ 불구
文대통령·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여야 主客 뒤바뀐 ‘운동장’ 담론

前 대통령 잇단 구속 保守 몰락
도의원 후보…‘부익부 빈익빈’ 현상
제주지사 선거 초미 관심사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이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大選)에서 연이어 패배한 이후 불거져 나왔다. 기득권이 있는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선거법, 정치를 냉소적으로 몰고 가는 편향된 언론의 행태 등 한쪽으로 쏠린 조건 때문에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구조적으로 보수(保守)의 우위가 공고하다. 언론 지형이나 세대 분포, 레드 콤플렉스와 동원 가능한 자산 등 보수가 크게 우세한 이유들이 많다. 그러기에 진보(進步) 및 개혁 진영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늘 어려운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를 근거로 야권은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으니까’라며 패인(敗因)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렸다. 즉, 운동장이 진보세력 등에 불리하게 기울여져 있기에 상대편을 이기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는 변명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깨고 반전(反轉)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2015년 3월 펴낸 보고서였다. ‘새로운 대중의 출현과 진보의 대응-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라는 제하의 보고서는 당시 야권 일각서 거론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강한 비판과 함께 반론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30세대의 지지로 당선되는 등 진보의 지지 기반이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며 “그간 새정치민주연합 계열 정당들이 내세웠던 ‘민주 대 반민주 구도’와 ‘만악(萬惡)의 근원은 신자유주의’라는 주장이 새로운 세대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권 지지율이 낮아지는 만큼 야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 것은 대중의 요구를 흡수하는 리더십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무엇보다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은 ‘촛불혁명’으로 타올랐고, 급기야 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비극을 낳았다. 그리고 이어진 ‘장미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정권 교체까지 성공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보수의 몰락(沒落)을 의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MB)도 구속됐다. 보수 진영마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나뉘어 구심점을 잃은 지 오래다.

댓글 조작 등의 ‘드루킹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넘나든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50% 내외를 웃돌고 있다. 이로 인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운동장은 현 집권여당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과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것은 제주지역 선거 지형을 보더라도 여실히 드러난다. 도내 31개 도의원 선거구엔 23일 현재 모두 76명이 등록했다. 이 중 39명이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로 치열한 경선을 벌인데 반해 야당 후보는 지원자가 없어 대부분 단수 공천이다.

민주당이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반면 자유한국당은 15명, 바른미래당 3명, 정의당 2명, 민중당은 1명에 그쳤다. 나머지 16명은 무소속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제주시 노형동 갑(김태석)과 을(이상봉), 한경·추자면 지역구(좌남수)는 아직까지도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민주 현역 의원들의 무투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을 정도다. 단, 표선면은 무소속 강연호 의원이 단기필마로 나선 상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6·13 제주선거의 핵심은 도지사(道知事)다. 이 역시 구도상으론 야권의 분열로 문대림 민주당 후보가 매우 유리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변수(變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지금도 후보 경선 과정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원팀(OneTeam)’ 구성은커녕 당원명부 유출을 둘러싸고 향후 법정공방까지 우려된다.

여기에 선거 중·후반 우여곡절 끝에 보수 진영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한치 앞도 모르는 승부가 펼쳐질 수도 있다. 때문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도지사가 앞으로 어떤 광폭 행보를 보일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불변(不變)의 원칙이 아니다.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을 탓만하지 말고 스스로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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