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 맥그린치 신부 지난 23일 선종
천주교 제주교구 한림성당에 빈소…오늘 발인

“직원들 무시하지 말고 신경 써라.”
“사랑한다.”

▲ 25일 오후 맥그린치 신부의 시신이 안치된 한림본당에서 한국식 천주교 장례법에 따라 위령기도인 연도(煉禱)를 올리고 있는 모습.

향년 90세로 선종한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눈을 감기 전 남긴 말이다.

가난했던 제주를 구제하기 위해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선교 활동과 사회사업을 해온 맥그린치 신부가 지난 23일 선종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한림성당에는 그를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맥그린치 신부의 뒤를 이어 성 이시돌 목장을 이끌고 있는 이시돌협회 이사장이자 천주교 제주교구 금악본당 주임신부인 마이클 이어돈 신부는 고인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사람 중 한명이다.

▲ 40년간 맥그린치 신부와 함께해 온 마이클 이어돈 신부는 “가끔씩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그렇게 친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마이클 신부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맥그린치 신부와 함께 수의사로 같이 활동하다가 고향인 아일랜드에 가서 사제서품을 받고 1986년도에 다시 한국에 들어와 그 후 15년 전부터 바로 옆에서 같이 활동을 해왔다.

한림성당에서 만난 마이클 신부에게 고인을 떠나보낸 심정을 묻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무슨 말 듣고 싶어?”라며 기자에게 다시 반문했다. 그 반문에 모든 심정이 묻어있을 터.

마이클 신부는 맥그린치 신부에 대해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뗀 그는 “본인 스스로 잘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없고 늘 옆 사람이 도와주고 그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늘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알게 된 지도 벌써 40년이나 됐다”면서 “가끔씩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그렇게 친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멀리서 보면 좀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성적이긴 하지만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면서도 ”직원들에게 신경 써 달라. 직원들 무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 한림성당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맥그린치 신부가 제주도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종교와 지역을 떠나 모든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해서 일 것 같다”며 “신부님이 의식을 잃기 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한림성당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하고, 오는 27일 오전 10시 제주시 금악리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발인미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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