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의 천사’ 맥그린치 신부 지난 23일 선종
천주교 제주교구 한림성당에 빈소…오늘 발인
“직원들 무시하지 말고 신경 써라.”
“사랑한다.”
향년 90세로 선종한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눈을 감기 전 남긴 말이다.
가난했던 제주를 구제하기 위해 제주 성이시돌 목장을 설립하는 등 60년이 넘는 시간동안 선교 활동과 사회사업을 해온 맥그린치 신부가 지난 23일 선종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한림성당에는 그를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맥그린치 신부의 뒤를 이어 성 이시돌 목장을 이끌고 있는 이시돌협회 이사장이자 천주교 제주교구 금악본당 주임신부인 마이클 이어돈 신부는 고인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사람 중 한명이다.
마이클 신부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맥그린치 신부와 함께 수의사로 같이 활동하다가 고향인 아일랜드에 가서 사제서품을 받고 1986년도에 다시 한국에 들어와 그 후 15년 전부터 바로 옆에서 같이 활동을 해왔다.
한림성당에서 만난 마이클 신부에게 고인을 떠나보낸 심정을 묻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무슨 말 듣고 싶어?”라며 기자에게 다시 반문했다. 그 반문에 모든 심정이 묻어있을 터.
마이클 신부는 맥그린치 신부에 대해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뗀 그는 “본인 스스로 잘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없고 늘 옆 사람이 도와주고 그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늘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알게 된 지도 벌써 40년이나 됐다”면서 “가끔씩 다투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그렇게 친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멀리서 보면 좀 무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내성적이긴 하지만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며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면서도 ”직원들에게 신경 써 달라. 직원들 무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맥그린치 신부가 제주도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종교와 지역을 떠나 모든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해서 일 것 같다”며 “신부님이 의식을 잃기 전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눈을 감았다”고 말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한림성당에 고인의 빈소를 마련하고, 오는 27일 오전 10시 제주시 금악리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발인미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