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주지사 후보경선 결과
불복 막장드라마 지방정치에 오점
도지사직 탈환 도정 바꾸겠다지만

경선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해 ‘의문’
원팀도 모양새 갖추기 작위성 짙어
진정성 보이려면 각종 의혹 소명부터

 

선거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선거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의 제로섬 게임이다. 승자독식의 선거판에서 지면 끝이다. 후보들은 당선을 놓고 사생결단으로 싸운다. 당내 경선도 예외가 아니다. 선거전이 과열되다 보면 경선 불복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한국 정치사에서 경선 불복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이인제 전 의원이 꼽힌다. 그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밀려 2위로 떨어지자 탈당, 국민신당을 창당해 15대 대선에 도전했다. 당시 이 후보는 득표율 19.2%로 보수 표를 가르면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당선에 일조했다. 그의 불복은 역설적이게도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했다. 정당 경선에 참여해 패배하면 해당 지역구에 출마할 수 없게 하는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 제정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법 제정으로 경선 탈락자들 출마의 길은 막았지만 경선 불복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도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경선에서 탈락한 김우남 예비후보가 경선 불복을 선언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7만명의 당원명부가 유출돼 선거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경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천장을 거머쥔 문대림 후보는 “우리 측 캠프로 당원명부가 유출된 적이 없다”며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본선 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과정에서 경쟁했던 다른 예비후보와 한 팀이 돼 선거에 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영훈 국회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는 촛불혁명의 지역적 완성”이라며 “제주도정을 바꾸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분권정치가 성공하지 못한다”며 우회적으로 김우남 전 의원의 원팀 합류를 호소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기대와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당원명부 유출은 당의 기강과 신뢰를 흔드는 초유의 사태이자,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사회적 사건”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는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위원장들에게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원명부 유출은 오직 도지사 권력을 향한 문 후보와 지역위원장의 공모 수준이 어디까지였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치 적폐이자, 범죄적 기도의 적나라한 단면이 드러난 결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률적 수단을 통해 진위를 규명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제주지사 경선을 둘러싼 갈등과 후유증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문 후보의 ‘원팀’ 구상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경선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당원들 단합에 생채기만 낸 셈이다. “이러려고 경선 했나”하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우리는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진실이 뭔지 모른다. 다만, 공정과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여당 경선에서 ‘공정성’ 시비가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김우남 씨는 선거명부 유출을 놓고 ‘정치 적폐’라고 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민주당 내에서 적폐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가 자기 위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어떻든 문제가 불거진 것은 선거관리 역량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번에 16년 만에 도지사직을 탈환해 도정을 바꾸겠다고 한다. 하지만 도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선 하나 제대로 치러내지 못하는 정당이 도정을 바꿀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의 아름답지 못한 경선은 결과적으로 지방정치에 오점을 남겼다.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가중시겼다. 경선 후 ‘원팀’ 드라이브도 작위성이 짙다. 모양새 갖추기에 급급해 패자에게 또 다른 쓰라림을 주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민심을 얻으려면 진정성이 중요하다. 문대림 후보는 다른 무엇보다 경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 관련 진실부터 소명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