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폭 2018㎜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이번 회담은 11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정상간 만남이자, 북미(北美)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회담이다. 우리 정부가 회담에 앞서 ‘평화, 새로운 시작’이란 표어를 정한 것도 세계평화 여정의 시작임을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전쟁’과 ‘위기’ 등으로 도배됐던 언론지상에서 지금은 ‘평화’와 ‘종전’ 같은 키워드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 종전선언’을 거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7일 “남북한이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데 이어, 이틀 뒤 문재인 대통령도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終戰)선언은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과정의 하나로, 관련국 정상들이 모여 한국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강력한 정치적 의미를 담은 것이어서 그 의미는 간단치 않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기와 여건이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전체 로드맵의 어느 지점에 종전선언을 배치하느냐다. 하지만 이 방안은 비핵화(非核化)와 관계정상화 및 평화협정 등의 복잡한 협상이 뒤엉켜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출구를 찾지 못하고 미로를 헤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정부가 ‘입구론’에 근거한 ‘선(先) 종전선언’을 추진한바 있으나 이런 요인들이 엉키면서 결국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3대 의제는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항구적 평화정착’이다. 종전선언이 전쟁을 끝내자는 의사 표명이라면 평화협정은 법적·제도적 합의 문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자(남·북·미) 또는 4자(남·북·미·중)가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맺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종국에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겠다는 로드맵을 이미 밝힌 바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의 악수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은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진정한 봄날’이 찾아올지, 아니면 일각의 우려처럼 ‘허울만 좋은 회담’으로 끝날지, 지금 온 국민의 시선과 세계적 관심이 판문점으로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