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채택…“더는 戰爭 없다”
군사분계선 허물고 대결 대신 대화로
자유한국당은 “일방적 빗장풀기” 혹평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7일 오후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이렇게 말했다.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과 민족 염원인 통일을 우리 힘으로 이루기 위해서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알린 것이다.

남북이 한반도 냉전(冷戰)을 종식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역사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27일 오전 9시 30분 군사분계선(MDL) 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이날 남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非核化)를 공식화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 정세가 대변혁을 맞게 된 것이다. 두 정상이 합의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세계 유일의 냉전 지대인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안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선언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됨에 따라 ‘비핵화 로드맵 시계’가 빨라지고, 북미(北美) 간 비핵화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이어 5월 말 또는 6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대타결을 이루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남북 두 정상은 지난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명시했던 상호 불가침(不可侵) 합의를 재확인하고 단계적 군축(軍縮)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내달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그 수단을 철폐해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또 정상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실제로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분단(分斷) 이래 남북 정상회담을 두 차례 이상 성사시킨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된다.

두 정상은 이밖에도 북한의 개성에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올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가지며, 동해와 경의선 철도 및 도로를 잇기로 합의했다.

이날 ‘판문점 선언’은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는 전쟁(戰爭)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언문 서명 후 “김 위원장과 나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核)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게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며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미국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연내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나간다는 남북정상의 구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긍정적인 성과는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축하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 또한 남북 정상회담과 그 결과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한다”면서도 “앞으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논평은 남달랐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판문점 선언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내용으로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보·경제면에서의 일방적인 ‘빗장풀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정부의 자화자찬이 맞는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지적이 옳은지는 시간이 흐르면 밝혀질 터다. 하지만 이게 ‘남남(南南) 갈등’으로 비화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소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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