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성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 ‘막말 시리즈’
세상이 미쳐 가고 있다

국민을 비이성적 객체로 보는 듯
남한 넘어온 김정은과 ‘다른’ 용기
당내 ‘기피’ 대상 사퇴요구까지 받아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모두가 가는 방향을 거부하고 거슬러가자면 힘이 든다. 그래서 범인(凡人)들은 선뜻 내지 못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예”라고 대답할 때 “아니요”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칭송해 왔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외롭게 “아니요”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다. 그는 우리 국민 대다수는 물론 외국의 정상 등 지구촌의 거의 모두가 환영하고 축하하는 남북정상회담과 일련의 성과에 대해 ‘막말’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전엔 일본 TV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좌파 세력만 지지한다”고 ‘고춧가루’를 뿌려댔다. 회담 당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감동적인 만남 끝에 합의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선 “이면에 우리 쪽 주사파의 숨은 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반응이 없어서 일까. ‘시리즈’에 재미를 들였을까. 지난 2일에도 홍 대표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되지도 않은 북핵 폐기를 다 된 것처럼 선동하고, 포악한 독재자가 한 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간다”며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新)경제 구상 관련 자료 등이 담긴 USB를 전달한 것과 관련, “자기 가족은 거리에 나앉게 생겼는데 이웃집 강도만 보살핀다. 그것은 가장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홍 대표의 막말 시리즈를 보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보는 듯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북핵이 다 폐기된 것처럼 정부가 선동도 않았지만 설령 그런들 국민들이 믿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렇다. 1920년대 초기 매스미디어 이론에서 “총에 맞는 것처럼 매스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는 강효과이론의 수용자처럼 우리 국민들을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갖추지 못한 단순한 존재’로 보는 것만 같다.

물론 홍 대표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요,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배신의 경험’은 결코 잊어선 안된다.

핵과 관련,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2012년 2·29합의 등 비핵화 합의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통일’의 관점에선 군사정권 시절의 ‘7·4 남북공동성명’ 등은 차치하고라도 2000년 6·15선언(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과 2007년 10·4선언(노무현 대통령-〃)이 있었지만 외교적 수사(rhetoric)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 실패는 교훈으로 삼으면 된다. 언제까지나 분단된 영토와 민족으로 남을 수는 없다.

홍 대표는 북한을 강도라고 했다.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 시각을 달리하면 삶이 퍽퍽한 동생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땡깡 부리고 사고도 치는. 김 위원장이 핵 포기의사가 분명함을 강조하며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는 발언이 와 닿는다.

이런 동생을 잘 사는 형이 어찌해야 하는가. “나쁜 녀석” 하면서 포기해야 할까. 다소 미덥지 않더라도 안을 수 있으면 안아야 한다. 또 지금은 스스로 안기려 하고 있다. 품안으로 드는 새도 안는데 하물며 한민족 우리 동포가 아닌가.

물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진정성이 느껴진다. 올해 들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특사 교환, 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준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모습이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정상회담의 지구촌 생중계를 통해 수십억명의 ‘증인’들도 확보해 놓았다.

결론적으로 할아버지·아버지와 달리 군사분계선을 선뜻 넘어오며 남측의 손을 잡은 김정은 위원장도 용기가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우리 남쪽에도 그런 사람이 있긴 한데 ‘결’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남쪽의 홍 대표에 대해선 여당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야당들도 간만에 불고 있는 한반도의 봄바람을 두고 “막말을 자제해 달라”고 이구동성이다. 더욱이 자유한국당내에서도 기피인물이 되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태호·남경필 등 단체장 후보들이 선거유세 지원에 “굳이 오시지 마시지” 양상에 이어 4선 강길부 의원은 대놓고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친 사람 눈엔 정상인이 미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 미쳐가는 게 세상인지, 그 사람인지 국민들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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