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푸른 눈의 제주인’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23일 ‘돼지 신부’로 불리던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사제가 선종(善終)한데 이어, ‘벽안의 나눔천사’로 널리 알려진 프레드릭 더스틴 박사가 이달 5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故) 맥그린치 신부가 목축업 등 제주지역개발의 산증인이었다면, 더스틴 박사는 기부와 선행의 대명사였다. 둘 다 푸른 눈을 가진 ‘벽안(碧眼)의 제주인’이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서 남다른 열정과 헌신, 그리고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 오신 두 분께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미국 워싱턴주 태생인 더스틴 박사는 1952년 연합군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휴전 후인 1955년 한국을 다시 찾았고, 1971년부터 1980년까지 제주대에서 강사로 근무했다. 이후 서울의 세종대와 홍익대를 거쳐 1982년 다시 제주대 교수(관광경영학과)로 재직하다 지난 1994년 정년 퇴직하며 교육 일선에서 물러났다.

더스틴 박사의 제주사랑은 남달랐다. 교수 퇴직 후에도 제주도 투자진흥관실(1995~2001년)에 몸 담아 대외협력과 국제홍보를 통해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지난 1987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해 1995년에 정식으로 문을 연 ‘김녕미로공원’은 지역을 넘어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나눔(기부)의 원천이 됐다. 더스틴 박사는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금 대부분을 제주대학교 등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그동안 제주대에 기탁한 발전기금만 7억7000만원에 달한다.

김녕미로공원이 제주 토착형 업체의 지역 기여 및 진정한 관광발전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더스틴 박사는 2011년 제주도문화상(관광산업분야), 2015년에는 제주매일이 제정한 ‘자랑스러운 제주인상’을 받기도 했다.

제주대학교는 더스틴 박사가 대학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7일 오전 6시30분 송석언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 본관에서 ‘노제(路祭)’를 거행했다. 그리고 그의 유해는 말년에 혼신을 기울여 일군 김녕미로공원에서 추도식 후 안치됐다. 제주지역사회를 위한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드리며, 더스틴 박사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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