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짙은 구름이 내려앉아 새벽 운동에 나선 시민들의 발길조차 뜸한 29일 새벽 6시 30분 제주시 탑동광장.
이날 밤부터 제주지방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확인이나 시켜주는 듯 탑동광장은 평상시 같으면 환한 아침 햇살이 내리 쬘만 했으나 이날 만큼은 어두침침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밤새 탑동 앞 바다 냄새가 짙게 베인 5000여평의 광장에 빗자루를 든 강기호씨(65겵┒笭?이도동)와 이순자씨(61겳쯽제주시 용담동)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밤 이곳을 지나간 시민들이 내다 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어느덧 이들이 움직이는 빗자루를 통해 한곳에 수북이 쌓였다.

빗자루를 통해 모인 쓰레기는 인근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쌓이고 그러기를 수십차례. 어느 새 5000여평의 탑동 광장을 뒤덮었던 쓰레기 들은 모두 한 곳에 쌓이고 탑동 광장은 본래의 새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5개월 동안 탑동 일원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생활을 하다가 지난 연말 그만둔 뒤 최근 다시 탑동광장 청소작업을 시작한 강씨.
강씨는 “지난해 보다 올해 청소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하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강씨는 “한여름 제주시민 대부분이 바다를 찾아 탑동광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면 쓰레기 발생량도 엄청나게 늘어난다”면서 “그러나 이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해진 광장을 보면서 매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나이 30을 넘어선 자식들이 하루 빨리 단란한 가정을 일궈 생활하기를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면서 “힘들 때 마다 운동 삼아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그러나 이른 새벽에 청소하러 이곳에 올 때 가끔씩 보이는 자신의 자녀 뻘 되는 젊은이들의 추태에는 서슴없이 비판을 늘어놨다.

“젊은 혈기를 갖고 밤새 술을 마시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이해될 수 있으나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특히 여름철 술 취한 일부 젊은이들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씨와 달리 3년째 탑동 광장을 청소하고 있다는 이씨. 이씨는 강씨와 달리 비교적 자신의 생각을 기자에게 털어 놓기를 꺼렸다.
그러나 이씨는 “시민들이 탑동 광장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면서 “나보다는 이웃을 생각하는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을 늘 실감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어차피 시민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를 치워 탑동광장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맡은 업무인 만큼 시민들의 탓으로만 문제를 돌리지 않고 있다”며 “깨끗해진 광장을 보면 마음도 깨끗하고 일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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