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14일 개최된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 중 제2공항 반대단체 주민으로부터 날계란 세례와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폭력은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를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기에 도민들의 충격 또한 크다.

이날 토론회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주제로 다룬 ‘원 포인트(one point) 토론회’로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최했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의 ‘2018년도 아름다운 선거 지원 선정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토론회이기도 했다.

사건은 토론회가 끝나갈 무렵 발생했다. 청중석에 있던 K씨가 갑자기 단상에 뛰어 올라 다짜고짜 원 후보에게 날계란을 투척하고 얼굴을 가격한 것이다. 원 후보 보좌관 등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인 K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K씨는 제2공항 건설 성산읍반대대책위 부위원장으로 지난해 말 반대 농성을 하며 42일간 단식했던 장본인이다. 경찰은 K씨를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키로 했다.

사건 직후 토론에 같이 참여했던 문대림(민주당) 김방훈(자유한국당) 장성철(바른미래당) 후보는 각각 논평을 내고 “아무리 의견이 다를지라도 폭력으로 제압하려는 시도는 도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조차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K씨가 속한 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대책위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한 길에 어떠한 폭력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면서 “선거는 유권자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폭력으로 달성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가해 당사자는 마땅히 법과 원칙에 입각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만, 이러한 사태가 제2공항의 무리한 사업추진 등으로 인해 누적된 사회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도정과 국토부 역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인 원희룡 후보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행히 저는 가벼운 타박상으로 걱정하실 만큼은 아니”라며 “오히려 그분이 자해로 많이 다쳤다고 들었다.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했던 그 마음을 헤아리며 처벌을 원치 않고 쾌유를 기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으로, 그 어떤 명분이라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마저 무너뜨릴 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인터넷상에선 ‘짜고 친 고스톱’ 운운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