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Zoom-In] 제주문화예술재단 ‘재밋섬’ 건물 매입

▲ 15일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주최한 '가칭 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계획'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현자에서는 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설명과 질의가 오갔다.

문화예술단체 상주공간, 공연연습장으로 활용 추진
주민설명회 “‘이아’처럼 예술인만 위한 공간 안 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재단 육성기금으로 제주시 원도심의 재밋섬 건물(현 메가박스 제주점)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예회관 인근의 문화예술단체들을 이 곳으로 옮기고, 공공 공연 연습공간을 만들어 한짓골 일대에 문화를 통해 활력을 준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앞서 한짓골 일대에 들어선 예술공간 이아(옛 제주대 병원 건물, 재단 운영)가 당초 기대와 달리 주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하면서, 이번에도 일부 예술인들만을 위한 보금자리 마련에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가칭)한짓골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에 따르면 제주문화예술재단(이사장 박경훈, 이하 재단)은 8층 규모의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재단과 제주예총, 제주민예총 등 도내 대표 문화예술단체의 상주공간을 옮겨올 예정이다.

건물의 층고가 높은 특징을 살려 도내에 없는 공공 공연연습장과 300인 규모의 회의장 등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 원도심인 한짓골 일대에 다시 활력을 주겠다는 복안이다. 예전 아카데미 극장이 있던 이 건물에는 현재 아이들의 놀이시설이 재밋섬과 메가박스 제주 상영관이 운영되고 있다. 건물의 바닥면적은 1255㎡(412평), 연면적은 9982.59㎡(3030평) 규모다.

재단이 경일감정평가법인 등 2개 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한 결과 평균가액은 110억4400만원이었다. 재단은 건물주와의 합의에 따라 건물을 감정가액보다 낮은 100억 원 가량에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매입에는 문화예술재단 육성기금을 사용한다.

개축에는 50억 원에서 7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모델링 비용은 재단 소유의 현 상주 건물 매각 대금과 내년 초 응모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연습장 조성 및 운영지원’ 사업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현재 입주해있는 건물의 매각 가를 25억 원에서 35억 원(2009년 15억900만원에 매입)으로, 문광부의 공연장 조성 예산 지원액을 15억 원에서 30억 원 내외로 보고 있다.

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재단 관계자는 “2015년 제주도가 실시한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문화생태지도 구축사업보고서’에서 도내에 공연 연습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도내 예술단체들의 상주공간이 좁고 주차가 불편해 이전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이전 시 예술인들은 물론, 삼도2동 일대 상가에도 실질적인 활성화의 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단기금을 건물 매입에 쓴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170억 원의 현금 자산을 부동산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뿐”이며 “이율이 낮아(1.5%, 연 3억 원 미만 수준) 기금 자체의 활용도도 낮은 상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모아진 기금이 자칫 (일부)예술인들의 보금자리 마련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사업 설명회에서는 자신을 삼도1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도민이 “예술공간 이아 설치 당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내놨지만 지금 그렇지 않다”며 “지역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재밋섬의 특색을 감안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존치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도 “(공간 설계시)주민이나 원도심 지역 예술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단 관계자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과 원도심의 유일한 극장으로서 상영 기능을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어린이 소극장과 독립영화관 존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도2동 주민들은 “행정은 문화를 통한 활력을 강조하지만 실제 그 과정에서 들어선 건물들이 주민들에게 감정적 변화를 주지는 못 했다”며 “이번에는 꼭 실질적인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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