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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두 번째 미친 짓’을 계획하다
데스크 승인 2018년 05월 16일 (수) 홍성직 외과의사 |  
   
 
홍성직 외과의사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시절
사람이 서울 버리고 제주 선택
이번엔 납읍 산골 외과클리닉 추진

녹색 숲 등 먼 것 빼곤 다 좋아
직접 거둔 차 마시며 의사·환자 담소
부러워하는 사람들 나올 것 확신

 

아인슈타인이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한다. “미친 짓(insanity)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라고 했다.

근데 미친 짓을 피하려고 한 것이 결과적으론 남들에게 미친 짓으로 비친 적이 있다. 30년 쯤 전 아직 30대 중반의 젊은이는 바글거리는 서울이 싫었다. 교통 체증·공기 오염, 각박해진 인간관계, 자연과 멀어진 삶, 자본주의 논리만 지배하는 도시.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가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 말이 아니라 사람이 서울을 버리고 제주를 선택했다. 가족·친지·지인 모두가 “좋은 서울을 떠나 왜 유배지 같은 제주로 가느냐”고 궁금해 한 것을 지나 불쌍히 여기기까지 했다.

그 무렵 난 아무튼 ‘서울은 인간이 살 곳이 못돼 그곳서 사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선택한다면 바다와 산이 좋은 속초와 제주였다.

군의관 시절 제주에서 외과의사를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봤다. “제주에 한번 와보라”는 전화를 받고 내려오자 종합병원의 원장님은 “골프장이 5분 거리에 있는 병원”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 후 우연찮게 제주환경연합 대표를 지내면서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한 덕에 골프도 자의반타의반으로 끊게 됐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서 제주로의 이주는 정신 나간 짓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정의와는 다르지만 미친 짓에 가까운 다른 결정을 통해 다른 삶을 얻었다.

나의 첫 번째 미친 짓은 제주로의 이주였던 셈이다. 아무튼 미친 짓처럼 시작되었지만 절반의 성공은 했다고 자부해 본다. 나의 제주 삶을 지금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노형사거리가 골목길 같았던 그 시절, 그 곳에 땅을 사자는 아내의 말을 들었다면 아마 떼 부자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땐 왜 그랬는지 개발이 되지 않는 땅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납읍 마을 뒷산, 전기도 수도도 이웃도 없는 산골짝 개발 여지가 가장 없는 곳이어서 좋다고 생각하며 땅을 구입했다. 그 땅을 뒤덮고 있는 메밀꽃에 홀려 산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지인들과 같이 대안학교 구상하면서 땅을 산 것 같기도 하다.

그 꿈이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좋은 친구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살다, 같이 죽자는 ‘느슨한 생태 공동체’ 초록생명마을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먼저 밥상 공동체를 만들자며 한 주에 한번 이상 밥 같이 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가능하면 각자가 키운 재료로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모임이다. 공동 김장에서 시작해 공동 텃밭, 공동 양계, 그리고 올 봄에는 공동으로 표고 재배를 위해 참나무를 구해 종균 작업을 공동으로 끝냈다. 신선한 생 표고 소금구이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미친 짓 프로젝트’가 최근 시작됐다. 시내 한 복판 시멘트 빌딩 한 켠을 셋집으로 얻어 아등바등 환자 보는 일도 그만하고 싶어졌다.

내년 이맘때는 한라산 중턱 나무 숲 속 녹차 밭을 내려다보면서 환자를 만나려 한다. 진료 중 틈이 나면 나무도 닭도 텃밭도 바로 돌아볼 수 있는 곳 초록생명마을 안으로 진료 장소를 옮기는 것이다.

아마 이번에도 “웬 산골짜기에 외과 클리닉이냐”고 정신 나간 짓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처에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분명 찾아오리라 확신한다.

거리가 좀 멀다는 것 외에는 다 좋다. 넉넉한 주차 공간, 녹색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숲속 외과의원이다. 바쁠 것도 없다. 의사도 환자도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외과 클리닉을 꿈꾸어 본다. 눈 앞 녹차 밭에서 직접 거둔 차를 같이 나누며 의사와 환자가 담소하는 북카페도 열 참이다.

여차하면 클리닉 옆에 생태 공동체 초록생명마을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거리 녹차·야채·유정란·표고 정도는 환자로 왔다가 사갈 수 있는 유기농 매장도 열어 보려 한다. 30년 전 제주 이주로 첫 번째 미친 짓을 한 때처럼 한라산 골짜기에 외과 클리닉을 여는 두 번째 미친 짓 실험도 시간이 지나면 부러워하는 사람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다.

[제주매일 홍성직 외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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