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대정읍과 한경면 등 제주 서부지역은 지하수에 해수(海水)가 침투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강(江)이 없는 제주의 특성상 지하수는 도민들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하수를 위협하는 해수 침투는 결코 간단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현재 해수 침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무분별한 농업용수 사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대정읍 지역의 지속가능한 지하수 적정이용량은 9만2000t이지만, 취수허가량은 22만7000t으로 무려 247%나 초과된 상태다. 한경지역도 적정이용량(6만5000t)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은 16만t의 지하수가 취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량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하수를 한꺼번에 뽑아 쓰고 있으니 과부하가 걸려 해수가 침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이유로 인해 제주도는 지난 2003년 대정읍 무릉~상모지역(3만8346㎢)을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 고시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대정·한경지역은 가뭄이 심했던 2011년 9~10월 일부 지역 지하수관정에 해수가 침투해 취수가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도 해수 침투로 취수 중단이 반복됐으며, 일부 지하수공은 아직도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가 해수 침투에 대한 원인분석과 적정관리 방안 마련을 위해 2020년까지 13억원을 투입해 관련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가뭄에 의한 지하수 취수량 증가 및 염지하수 개발 이용에 따른 해안지역 염분증가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 해수침투를 사전에 예방하고 안정적인 지하수 이용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도는 지하수 취수량 과다로 인한 수위강하(水位降下)로 해안지역 해수침투가 유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원인을 제공한 이가 바로 제주도 등 행정이라는 점이다. 당초 지속가능한 지하수 적정이용량을 산정했으면 그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 그런데도 관련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적정량보다 2~3배 많은 취수를 허가해줬다.

그리고 이제 와서 연구용역을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걸핏하면 용역에 의존하는 것은 ‘책임회피와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행정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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