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2월에 발생했던 ‘제주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체포돼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 발생 9년 만에 체포된 피의자는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씨를 태웠던 택시기사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16일 오전 8시 20분경 경북 영주에서 박모(49)씨를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붙잡아 제주로 압송했다.

이씨는 2009년 2월 1일 밤 제주시 용담동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탄 것으로 알려진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리고 실종 1주일만인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의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혐의 입증이 어려워 끝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강한 심증 아래 담배꽁초에 묻은 DNA 분석과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서 조사를 벌였으나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에 큰 혼선도 빚어졌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시신이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사건은 장기화로 흘렀고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제주서부서에 설치됐던 수사본부는 2012년 6월15일 해체됐다. 그리고 사건이 미제로 빠지며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경찰이 올해 본격적인 재수사에 들어가며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동물실험을 도입하면서.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와 과학수사요원 등이 주검이 발견된 현장에서 개와 돼지를 이용해 동물사체 실험을 한 결과, 사건 당시 부검 결과와는 달리 실종된 당일인 2월 1일부터 사흘 이내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경찰 수사는 급피치를 올렸고 결국 박씨를 피의자로 지목해 검거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풀려난 뒤 2010년 제주를 떠나 강원도와 경상북도 등지를 떠돌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9년 만에 피의자를 전격 체포한 데는 제주경찰의 끈질긴 노력과 ‘과학수사’의 힘이 매우 컸다. 이번엔 경찰도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력을 동원해 살인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냄으로써 ‘죄(罪)를 지으면 반드시 벌(罰)이 있다’는 교훈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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