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많은 공연 중 인기 많은 분야
노래·춤·연기에 화려한 무대기술
우리 조상들도 유사한 공연 즐겨

대표적 연희가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 구성 다양한 놀이 펼쳐
세계적인 문화상품 가능성 충분

 

다양한 장르의 공연 중 뮤지컬은 가장 인기 있는 분야의 하나일 것이다. 뮤지컬은 노래와 춤·연기를 겸비한 매력적인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화려한 무대기술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도 실력을 인정받고 영역을 확장하는 방편으로 뮤지컬무대에 도전하는 경우도 잦고 가수나 배우가 아닌 전문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젊은 지망생도 넘쳐나고 있다. 몇몇 뮤지컬 스타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정 오는 팬들의 환호를 받는 광경은 이제 공연장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기도 하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 수입되는 작품들이 주류인 공연이 한국에서 이토록 사랑받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다. 아마도 흥(興)이 많고 한(恨)도 많은 국민정서에 가무를 즐기는 민족적 기질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 연희를 살펴보면 이미 조상들은 지금의 뮤지컬과 유사한 형식의 공연을 즐겼음을 알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연희가 ‘남사당놀이’다.

남사당놀이는 국가무형문화재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원래 남사당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연희단체로 각지를 떠돌며 서민을 상대로 공연을 행하던 유랑연희집단이다.

영화 ‘왕의남자’를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된 남사당의 명맥을 잇는 대표적인 단체가 경기도 안성에 본거지를 둔 ‘안성시립 바우덕이풍물단’이다. 지금은 전용공연장을 갖추고 다수의 여자단원도 포함된 모습으로 진화했는데, 그 최초의 여자단원이 바우덕이었다. 그녀는 단체의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최초의 여성 ‘꼭두쇠’가 된다. 15살의 나이에 꼭두쇠에 오른 그녀는 천부적 재능과 미모로 대중을 사로잡은 연예스타였다.

남사당놀이는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풍물놀이’는 꽹과리·장구·북·징·소고·태평소의 악기로 연주하는 농악놀이로 20여 명 이상이 합주를 한다. 벅구놀이·무동놀이·여장놀이·상모돌리기 등 다양한 놀이를 진행하는 규모 있는 놀이이다.

둘째로 ‘버나놀이’는 접시돌리기와 비슷한 형태로 막대기나 담뱃대로 대접, 가죽으로 둥글게 만든 버나를 돌리고 서로 주고받으며 다양한 재주를 부리는 놀이다. 세 번째 마당은 ‘살판’으로 덤블링이나 기계체조를 연상케 하는 땅재주를 부리며 재담을 주고받는 형식의 놀이로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라는 말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어름’이란 명칭의 놀이는 줄타기놀이로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고 위험하다는 뜻으로 남사당놀이의 백미다. 3m 정도의 높이에 줄을 띄우고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며 재담과 가요를 행하는 놀이로 줄 타는 광대를 어름산이라 한다.

다섯째 마당은 ‘덧뵈기’로 탈을 쓰고 하는 가면극이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고즉흥성과 연극성이 강한 놀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마당은 ‘덜미’라 칭하는데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 인형극으로 인형의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덜미놀음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꼭두각시놀음은 신라 초기에 형성돼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같이 다양한 놀이로 구성된 남사당놀이는 춤·노래·연기가 모두 포함된 형태로 뮤지컬이 갖는 요소들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 여기에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로 일방적인 관람이 아닌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는 매우 민주적인 공연인 것이다.

탈을 쓰고 하는 덧뵈기놀이나 인형으로 대신 표현하는 덜미놀이는 권력에 억압받는 민중의 소리를 대변하고 남성중심의 사회를 비판하며 성 평등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남사당놀이는 출중한 기예와 시사성 풍부한 내용을 겸비한 찬연한 전통문화인 것이다.

이같이 탁월한 유산을 지방 자치단체 운영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현대적으로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외국 관광객이 쇼핑이나 음식 뿐 아니라 남사당놀이 같은 전통 공연을 체험한다면 큰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갑질’과 ‘미투’로 화병에 걸린 선량한 민중을 위한 푸닥거리로도 제격인 공연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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