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4·3 70주년 기념 ‘포스트 트라우마’전 연계
학술 컨퍼런스 ‘기억 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 24일 개최

▲ 24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4.3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전남 출신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은 민중미술가 홍성담 씨가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비극과 관련해“잔인한 학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기억투쟁의 수고로움과 민중의 저항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특별전 ‘포스트 트라우마’(3월31일~6월24일)와 연계해 24일 진행한 ‘기억 투쟁과 평화예술을 향하여’ 주제 학술 컨퍼런스에서 포스트 트라우마 시기를 살고 있는 예술가와 모든 시민들에 대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역할을 주문했다.

홍 작가는 “만주 일본관동군 소속 731 부대의 생체실험에서부터 난징의 살육, 오키나와를 지나 제주4·3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광주학살까지 저들의 사람 죽이는 방법이 어찌 그리 닮았는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거론했다.

홍 작가는 “당시 일본군에 의해 2000만여 명의 아시아인이 학살됐고, 일본군의 의식구조를 물려받은 한국군은 한국전쟁 전후 빨갱이 사냥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며 “저 잔인한 말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든 일부 보수단체 집회 때마다 공공연히 외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작가는 “역사적 학살은 자신의 생각과 모습이 조금만 달라져도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악마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저지른 학살을 시민들이 기억하지 못 하도록 온갖 언설과 폭력, 역사 조작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잔인한 역사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그 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예술가들의 창작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월광주가 장갑차와 M-16 소총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최정예 공수부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힘은 ‘밥상공동체’에서 비롯된 전 시민들의 저항정신이었다”면서 “시민들이 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을 편성했다는 점은 오월광주항쟁의 가장 큰 의미”라고 국가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저항을 강조했다.

린츠밍 타이완 국립교육대학교 교수도 포스트 트라우마 시대 예술가의 임무를 강조했다.

린츠밍 교수는 “근현대의 역사가 트라우마의 역사라면, 우리는 현재 ‘포스트 트라우마 시대’에 살고 있다고 정의했다.

이어 “트라우마는 처리되지 못 하고 풀지 못한 상태로 과 부하되어 우리 문화에 서식하고 있다”면서 “그 사회가 겪은 트라우마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도록 예술이 ‘타자의 고통’에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츠밍 교수는 “트라우마를 얘기할 때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 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면서 “고통의 이미지를 해석하고 창작할 수 있는 예술만이 힐링과 회복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이 딘-E의 ‘화려한 기둥’(2003) 등 포스트 트라우마 시대에 태어난 타이완 작가의 작품 3점을 설명하면서 “대만의 비극을 묘사한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이들  작품이, 모두 사건 이후 시대에 태어난 작가들의 창작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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