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흠집내기 공방에만 매달려
의혹 숱하지만 진실은 ‘아리송’
정책은 곁다리 주목받는 것 없어

본선에선 차원 높은 선거전 기대
후보 자질·정책공약 검증 제대로
결국 중요한 건 유권자들의 판단

 

재계 잠언에 “창업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1세대가 이룬 창업 성과를 후대가 이어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정치권력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영속적인 권력은 없다. 선거로 여·야 정당 간 정권교체가 수시로 일어난다. 한 번 잡은 권력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에서는 현직들의 ‘수성이냐’ 도전자들의 ‘탈환이냐’가 관전 포인트가 된다. 후보등록이 마감되면 6·13지방선거 막이 오른다. ‘수성’과 ‘탈환’을 놓고 창·방패 대결이 본격화된다. 일반적으로 도전자가 더 공세적이다. 도전자들은 현직을 향해 “임기 중에 한 일이 없다” “지역경제가 엉망”이라는 등 공격을 퍼붓는다. 근거는 중요하지 않다. 도지사선거의 경우 ‘도정 심판론’이 매번 등장한다. 지난 4년간의 도정 성적을 심판받는 입장의 현직보다는 도전자들이 선거 전략을 구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이번 제주지사 선거는 이와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현직이 훨씬 공세적이다. 원희룡 후보는 여당 간판으로 나온 문대림 후보를 향해 ‘적폐’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원 후보 측은 ‘유리의 성 주식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 ‘도의원 재임 시절 명예골프회원권 상납’ 등 새로운 이슈들을 연일 던지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문 후보 측도 ‘원 후보 모친 불법건축물 소유’ ‘관권선거 의혹’ ‘도청 홈페이지 이용 불법선거운동’ 등 문제를 제기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하지만 이슈 내용 면에서 원 후보 측보다 함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까지는 원 후보 측 주장이 유권자에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론조사 지지도 추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와 문 후보가 ‘2강’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5월 중순 이전까지는 대체로 문 후보가 원 후보를 앞섰으나 이후 역전됐다. 물론 여론조사가 반드시 맞다고 할 수 없지만 지지도 변화 추세는 보여준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원 후보가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는 여당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는 게 중론이다. 보수의 심장 격인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여당 후보들이 당선을 휩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주가 싹쓸이 예외지역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 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질지, 문 후보가 재역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후보 등록을 하고 본선의 막이 오르면 선거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결과는 예측 불허다. 선거운동과정에서 어떤 돌발 변수가 튀어나와 판세가 요동칠지 모른다. 여러 이슈에 따라 민심이 술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지지도 추이를 보더라도 역전·재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본선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짜 민심을 얻어 당선에 도달할 수 있다. 후보들 하기 나름이다.

본선에서는 보다 차원 높은 선거전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제주지사 선거전은 ‘도덕성 프레임’에 빠져 맹탕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상대 흠집내기 도덕성 공방에만 매달렸다. 의혹은 숱하게 제기됐지만 진실이 뭔지는 아리송하기만 하다. 정책은 곁다리였다. 정책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주목을 받는 정책은 없다시피 하다.

본선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후보 자질·정책공약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유권자들은 바라고 있다. 도지사 후보자 토론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네거티브도 좀 수준 높게 했으면 한다. 선거에 네거티브가 없을 수 없다. 유권자들은 대게 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전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 등 찌질한 네거티브는 금물이다. 특히 도전자들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직을 넘어뜨리려면 씨알이 먹힐 공격을 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유권자들의 판단이다. 후보들 삶의 궤적이 어떠했는지, 지방 살림을 맡을 능력은 있는지, 지방자치에 대한 철학과 의지는 확고한지 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본선에서는 후보들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인물 됨됨이도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뽑아 놓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 정도의 수고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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