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민단체들이 대한항공의 농산물 운송료 인상 방침에 들고 일어섰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농민들의 현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전형적인 ‘갑질 횡포’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6월 1일부터 화물 운송료를 ㎏당 기존 130원에서 170원으로 4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무려 평균 36%에 달하는 기습 인상이다. 이에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현행 ㎏당 130원을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물가 상승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화물터미널 운영 비용이 계속 증가해 연간 적자 폭이 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는 운영상의 문제로 발생하는 적자를 농민들에게 전가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이 같은 살인적인 운송료 인상은 사회통념상 제주농민들은 다 죽어도 모른다는 막무가내식 통보”라며 “지난 4월부터 비용절감을 이유로 제주~청주 구간의 경우 오후에는 아예 화물접수를 금지하는 등, 상식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외면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력 규탄했다.

이어 농민들은 “대한항공이 ‘원가 이하 판매금지’라는 해괴한 명분을 내세워 화물공간을 비워서 가더라도 싣지 않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있다며, “물류비 부담증가 등으로 제주농업이 폐농위기에 내몰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운송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농민을 볼모로 한 갑질 중의 슈퍼 갑질”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행각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으며 사면초가에 몰리자 전 직원에게 ‘특별비’를 지급하겠다고 나섰던 대한항공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화물터미널 적자 운운하며 그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도 저버린 언어도단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은 이른바 ‘국적항공사’로 불린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게 사회적인 책임도 다해야 한다. “오너 일가의 뒤처리로 커진 적자를 농민에게 전가한다”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도록, 농산물 운송료 인상 방침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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