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경제난 서민 선호도 수직상승-복고풍까지 가세
‘날개 단 막걸리’ 신바람
올 5개월 97만병 소비...전년 동기보다 11만병 늘어

찌그러진 양은주전자, 젓가락 장단, 옷에 엎질러진 냄새까지...
안주라야 잘나가면 파전, 때론 김치뿐이었지만 40대 이상 비교적 나이 먹은 주당(?)들은 ‘막걸리의 낭만’을 잊지 못한다.

배꽃 필 때 누룩으로 만든다 해서 이화주라고 불렸다고도 하고 77가지 술 제조법을 기록한 조선조말 ‘양주방’(1837년)에는 ‘혼돈주’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발효된 뒤 막 거른다고 해서 막걸리가 됐다는 서민의 술.

1960~1970년대 산업개발시대엔 너나 할 것 없이 막걸리 한사발로 일상의 시름과 배고픔을 달랬다.

1964년 쌀 막걸리 제조가 금지돼 죄다 밀 막걸리였는데도 1960년대 말 막걸리 소비량은 대한민국 전체 술 소비의 80%에 달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70%였던 막걸리 소비는 그러나 유해 막걸리 유통에 맥주와 소주 애호가가 생기면서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1982년 맥주와 소주에 대응한다고 도수를 6도에서 8도로 올리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1985년 다시 6도로 내렸지만 한번 꺾인 수요는 살아나지 못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맥주에 추월당해 ‘영원한 뒷골목 서민의 술’로 전락하는 듯 했다.

그런 막걸리가 죄근 들어 날개를 단 듯 잘 팔리고 있다.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얇은 호주머니 사정과 최근 들어 복고풍에 대한 열기까지 더해지면서 막걸리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와 막걸리 생산업계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지역에서 소비(판매량 기준)된 막걸리는 1월 14만4240병을 시작으로 2월 14만9080병, 3월 21만7400병, 4월 21만8480병, 5월 24만7720병 등 매달 늘어 5개월 새 97만6920병에 이르고 있다.

올해 이 같은 소비량은 지난해 1~5월 소비량 86만7720병 보다 13%가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소비량은 순수 제주산 막걸리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타지방에서 생산돼 제주지역에서 판매된 막걸리까지 포함했을 경우 실제 소비량은 이보다 크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조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쌀 막걸리를 선호하는 애주가들이 종전 중.장년층에서 최근에는 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술값이 저렴한 막걸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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