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등 ‘한반도 平和’이슈
선거 자체가 블랙홀 빠져
최근 ‘民生 심판론’ 서서히 대두

민주당 일방적 싹쓸이 우려 속
제주선 원희룡 후보 ‘우뚝’
이번 주 승부 가를 최대 분수령

 

과연 이게 정상적인 지방선거인가 싶을 정도다. 남북(南北)에 이어 북미(北美) 정상회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빈 껍데기만 남은 선거’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야권에서 나온다. 이른바 ‘신북풍(新北風)’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연다고 2일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갑작스런 취소 선언 이후, 그야말로 숨 가쁜 반전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본 궤도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終戰) 선언’이 논의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회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와 관련 “당장 6월 12일 뭔가에 서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2차, 3차 담판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非核化)’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은 6·13 지방선거 하루 전인 12일에 열린다. 회담 성과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핵 폐기 등의 긍정적 성과를 얻으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선 최고 ‘지원군’이, 반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야당으로선 부담이다. 이를 의식한듯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최근 단안을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를 좌·우파의 ‘체제 전쟁’이라고 규정했던 기조를 버리고 ‘인물 대결’ 구도로 바꿨다. 더 나아가 “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그 기저엔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펼쳐온 문 대통령과의 체제 대결구도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이슈 때문에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유세 역풍(逆風)’을 우려한 일부 자당 후보들의 유세 중단 요청도 한 몫을 거들었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소산이긴 하지만, 홍 대표 입장에서는 치욕이자 모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 굳건히 중심을 잡고 있는데 반해 보수 진영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된 것도 이번 지방선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수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나,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정계 개편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으로 이마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기류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리고 이는 ‘진보 단결 필승=보수 분열 필패’란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크다. 야권으로선 최대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장을 배출한 것은 지난 2006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차지한 12석(전체 16석)이었다. 이번 6·13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두 자릿수 이상의 광역자치단체장을 탄생시켜 2006년 지방선거 참패를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 야권이 우세를 보이는 지역은 무소속(제주)을 포함 TK의 본산(本山)인 대구·경북 등 고작 3곳에 불과하다. 믿었던 PK(부산·경남)마저 약세나 접전으로 선거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정도다. 민주당의 거창한 계획이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일방적 싹쓸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한반도 평화’ 이슈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속 민생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제 심판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어, 반전(反轉)의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지사 선거가 지역을 넘어 정치권의 초관심 사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전국적인 상황과는 달리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46.0%의 지지율로 문대림 민주당 후보(35.4%)를 앞서고 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6%p다. 당선 가능성 역시 원희룡 후보 51.5%, 문대림 후보 24.0% 순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뉴스1 제주취재본부가 (주)엠알씨케이에 의뢰한 이번 여론조사는 6월 2~3일 제주도민 성인남녀 1009명 대상의 유·무선 전화면접(유선 30.5%, 무선 69.5%)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0%, 표본오차는 ±3.1%p에 95% 신뢰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제 6·1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번 주가 승부를 가름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