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는 ‘깜깜이 선거’라고 불린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이슈에 가려 후보자들 면면이나 정책대결 등이 거의 실종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지사 및 교육감 후보를 대상으로 한 TV토론회 등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세기의 담판’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북한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된데다 이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 또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집권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을 위한 건설적인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네거티브 공세’가 판치고 있다.

집에 배달된 지방선거 공보물을 읽어봤다. 그 속엔 예상외로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각 후보들이 내세운 슬로건도 거창했다. 우선 제주도지사 후보의 경우를 보자.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힘있는 도지사’를,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는 ‘진심이 통(通)하는 도지사’를 표방했다.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는 ‘도민과 공무원이 함께 잘사는 제주’, 고은영 녹색당 후보는 ‘녹색바람, 제주를 지켜라’였다. 그리고 원희룡 무소속 후보는 ‘제주가 커지는 꿈, 도민과 함께’을 전면에 내세웠다.

교육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석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인 교육, 교육이 먼저인 사람’을, 김광수 후보는 ‘제주 교육의 저력, 광수가 다시 시작합니다!’를 주창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을 선거구에 사는 덕에 제주에서는 유일한 교육의원 선거도 치르게 됐다. 김상희 후보는 ‘제주교육 희망의 사다리, 든든한 교육의원’을, 김창식 후보는 ‘참신하게 튼튼하게 행복하게’를, 또 도의원선거에 나선 강철남 후보(민주당)는 ‘선택, 새로운 시작’을, 하민철 후보(한국당)는 ‘연동의 힘!’을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선거공보물에는 후보자의 인적사항을 비롯해 재산상황 및 병역사항, 최근 5년간 세금납부와 체납실적, 전과기록 등이 촘촘이 소개돼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도지사 후보 모두 세금 체납이나 전과기록은 없었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대선이나 총선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제대로 된 지역 일꾼을 뽑아야 한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 중에는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선의 후보가 아니라 ‘최악의 후보’를 가려내는 게 선거다. 이를 위해서라도 유권자인 도민들이 선거공보물을 한번 꼼꼼하게 챙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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