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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악’을 가려내는 게 선거다
데스크 승인 2018년 06월 11일 (월) 主 筆 |  
   
 
主 筆
 

최적임자 못뽑는 다수결 투표제
‘투표의 逆說’ 비판론 대두
1987년 한국 大選 대표적 사례

초대형 이슈에 파묻힌 6·13선거
정책 실종 네거티브 일관
‘最善’ 앞서 ‘最惡’부터 걸러내야

 

 

선거와 관련해서는 각종 이론과 명언들이 넘쳐난다. ‘투표의 역설(逆說)’도 그 중 하나다. 이 이론은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내용이 그 구성원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결과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제기한 학자의 이름을 따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도 불린다.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로 수학자이며 정치학자였던 마르퀴 드 콩도르세는 다수결(多數決) 투표로 대변되는 선거제도의 맹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예컨대 세 사람의 후보자가 출마했을 때 투표자가 선호하는 1위 후보에만 투표하는 경우, 그리고 세 후보자의 우선순위를 투표에 반영했을 때의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선호 순위를 반영하는 제도를 고안해 냈다. 이 제도에 의하면 ‘최악의 후보’에 꼽히지 않은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한층 높아진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 같은 ‘투표의 역설’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87년의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다.

당시 대선은 민주화운동을 통해 쟁취한 직선제(直選制)로 치러지는 첫 선거였기에 국민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야권은 YS와 DJ의 양 진영으로 분열됐고, 선거는 노태우·김영삼·김대중 후보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군부(軍部) 출신인 집권여당의 노태우 후보가 37%의 낮은 득표에도 불구하고 각각 28%와 27%에 그친 YS와 DJ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지만, 만일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한 명만 출마했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둘 중 누가 나섰더라도 노태우 후보보다는 많은 득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또한 세 후보가 모두 출마했어도 콩도르세의 방법(선호 투표)으로 선거를 치렀다면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여겨진다.

선거와 관련된 그 숱한 명언 중에서도 프랭클린 피어스 애덤스의 경구(警句)가 불현듯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일찍이 “선거란 누굴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말인즉슨, ‘최악의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 선거라는 의미다.

애덤스는 1910~3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였다. 그의 유머스런 칼럼 ‘전망대’는 당대 최고의 신문 칼럼니스트란 명성을 얻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위트가 넘치는 그의 칼럼에는 격의 없는 비판이 담겨 있었다.

“최악의 후보를 가려내는 게 선거”라는 말도 미국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洞察力)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적 선거제도로 자리 잡은 다수결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도적인 미비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최악의 후보를 운운한 ‘콩도르세의 역설’과 일맥상통한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는 ‘깜깜이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세기(世紀)의 담판’이라 불리는 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이슈에 선거 자체가 파묻혀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인기에 힘입어 일찌감치 집권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도 한 몫을 거들었다.

선거 막판 ‘한반도 평화’ 이슈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 속 민생(民生) 문제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제 심판론’이 한때 고개를 들었지만 금세 시들해졌다. TV마다 북미 정상회담과 향후 전망 등의 관련 뉴스를 온종일 틀어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과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 망언 등이 고작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도 싱가포르 북미(北美) 회담과 예상을 뛰어넘은 사전투표 결과가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놓고 여야 간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에만 여념이 없다. 지역의 참된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다.

‘투표는 총알보다 빠르고 강하다’(에이브러햄 링컨),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운명을 개선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B. 브레히트), ‘투표하지 않는 자는 불평할 권리도 없다’(루이스 라모르). 모두가 투표(선거)의 중요성과 참여를 독려하는 명언(名言)들이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들 향후 삶의 모습을 가늠하는 지방선거 결과가 도출된다. 과연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결말에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주매일 主 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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